대학교에서 멘토링 프로그램(물고기 잡는 법)을 오랫동안 진행해 오고 있는데 멘티로 참여한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소개한 적이 있다. "곱게 키운 소중한 딸이기 때문에 늘 가까이 두고 싶지만 그보다는 세상에서 인정받는 자식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과 함께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항구에 세워두기 위해 만들지는 않는다"며 "내 딸이 하고 싶은 일을 당당하고 멋지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배를 만드는 것은 준비하는 과정으로서 사람의 학창시절과 비교할 수 있다. 배를 바다에 띄우는 것은 기본적인 지식과 역량을 갖추고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이의 입장과 같다. 그런데 학창시절 사회인으로의 출발을 준비해왔음에도 취업을 위해 졸업을 연기하거나,졸업 후에도 각종 스펙 관련 공부를 하느라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마음에 드는 직장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보니 스펙을 더 높이거나 또 다른 공부에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마음은 또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은 나름의 특성을 이미 갖춰 만들어진 배라고 할 수 있다. 6개월，1년을 더 준비한다고 해도 크게 바뀌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항해하기에 큰 손색이 없다면 작은 보완을 위해 정박시켜 놓기보다는 현재의 내 모습으로 일단 바다로 나가 꿈을 펼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매학기 구직자들이 사회로 나오고 있는 만큼 굳이 보완이 필요하다면 짧은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공부를 더 한다며 취업을 반년이나 1년 이상 미루다 보면 아예 사회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조직에서는 나이 많은 선배가 본인 밑으로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멋진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모두의 희망이겠지만 내가 원하는 곳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눈을 돌려 보는 것도 중요하다. 큰 바다는 아니더라도 내가 왔으면 하는 곳에 일단 취업해 사회인으로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물고기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정답 없는 세상에서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려면 스스로 삶의 지혜와 역량을 키우는 것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취업지원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건조를 끝내고 진수식을 마친 배는 바다로 나가 제 몫을 수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조수석에 오래 앉아 있다고 운전 실력이 늘지 않으며 수영은 물에 들어가야 배울 수 있는 것처럼 건조된 배는 바다로 나가야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조금은 불안하겠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자신의 역량으로 풍랑을 극복하고 귀항에 성공한다면 그 성취감은 훗날 본인이 원하는 곳보다 더 멋진 곳에서 불러주는 기회로 돌아올 것이다. 파도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기지와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만선의 꿈을 품고 먼 바다로 떠나기를 기대한다.

박천웅 스탭스 대표 cwpark@staff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