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과 더 많은 사업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

이스라엘 최대 지주회사 '이스라엘 코퍼레이션'의 니르 길라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 사진)는 지난 13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한국 기업은 빠른 속도로 글로벌 경영 환경에 적응하고 있고 업무 효율도 매우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회사가 이미 진출한 선박,에너지,반도체 산업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관련 분야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코퍼레이션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위에 드는 기업이다. 화학회사인 이스라엘케미컬스(ICL),컨테이너선사 짐라인,신재생에너지회사 IC그린에너지,전기차회사 베터플레이스 등 8개 기업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해운,에너지,전기차 등 사업에 참여 중이며,매출의 약 70%를 해외에서 올릴 정도로 글로벌화된 기업이다. 지난해 총 매출 규모는 125억달러(약 15조원).

길라드 회장은 지난 11일 계열사인 짐라인이 현대삼호중공업에 발주한 2척의 선박 명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의 경제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2박3일이란 짧은 일정 중에도 다수의 업체를 접촉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을 통해 이스라엘 코퍼레이션을 더 많은 한국 기업인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코퍼레이션은 선박 및 에너지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과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0년 전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과 선박 발주 계약을 맺으면서 선박 사업을 시작한 이후 조선 및 해운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 진행 중인 선박 발주 계약만 14건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포스코건설이 이 회사 계열사인 인키아의 페루법인과 3억5000만달러의 에너지 플랜트 수주계약을 맺는 등 에너지 사업 교류도 늘어나는 추세다. 길라드 회장은 "인키아는 남미에서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이 계약 후 포스코건설에 관심을 보이는 남미 업체들도 더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스라엘 코퍼레이션의 계열사 중 하나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타워재즈가 한국 지점을 열면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도 발을 들여놨다. 길라드 회장은 "주로 삼성이나 LG의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지만 얼마 전부터 3D 이미지 센서 등 차세대 반도체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했다"며 "한국의 반도체 산업 전망이 매우 밝아 투자를 더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타워재즈는 사업을 시작한 지난해 한국에서 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함께 일하고 싶은 글로벌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의 경험에 근거해 볼 때 기술적 성과가 뛰어날 뿐 아니라 약속된 기한 내에 정확하게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스라엘 코퍼레이션은 보통 원하는 분야를 먼저 찾고 함께 일할 업체를 선정하는데,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한국 회사들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길라드 회장은 미그달보험회사 부사장,미그달투자회사 CEO,미그달캐피털마켓 회장을 역임했다. 이스라엘 재무부의 회계 과장과 예산처 대표를 지낸 공무원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3번째로 한국을 방문하지만 매번 일정이 빠듯해 제대로 둘러볼 시간이 없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또 "한국인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매우 친절하다는 점"이라며 "특히 10년 새 영어 실력이 크게 향상되는 등 진정한 글로벌 기업인들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