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쌀 소비 부진으로 농민들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쌀화환은 농민은 물론 화훼업계에도 도움을 주고 기부문화도 조성하니 일석삼조인 셈이죠."

꽃배달 전문업체인 러브플라워닷컴의 김인호 대표(55 · 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예식장,장례식장의 화환은 전시된 이후 버려지거나 재사용된다"며 "남이 썼던 꽃을 받게 된 사람이 이 사실을 안다면 기분이 얼마나 나쁘겠냐"고 말했다.

"꽃은 마음을 전하는 것이기에 재사용을 지양해야 합니다. 화훼업계도 꽃 판매량 감소로 피해를 입는 만큼 재사용이 불가능한 화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김 대표가 지난해 개발한 쌀화환 '천사 러브 미(米)'는 쌀은 물론 꽃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 특징.그는 "몇 ㎏짜리 쌀화환인지를 표시한 네모난 받침대를 세운 뒤 쌀포대를 얹고 그 위에 화분이나 꽃바구니를 올린다"며 "기존 화환 받침대는 플라스틱 재질이지만 쌀화환은 종이로 만들기 때문에 사용 후 모두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특징을 바탕으로 상품 디자인 특허도 받았다. 주문량이 많으면 쌀을 상품권으로 대체하고 수령인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배달까지 해준다.

김 대표는 "최근 들어 쌀화환을 행사가 열리는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며 "어떤 단체에 기부해 달라고 요청하면 배송한 후 기부확인서를 발급받아 직접 전달해준다"고 설명했다.

꽃 배달과 어울릴 만한 여러 상품 중 쌀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농부의 집안에서 태어나 쌀이 안 팔려 고생하는 농민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쌀은 예전엔 가장 중요한 재산이었고 최근에도 가격과 상관없이 받으면 기분 좋은 선물"이라며 "받는 이들도 꼭 기억을 한다"고 자랑했다.

쌀화환은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김 대표의 사무실에는 주말이면 하루 20여개씩 주문이 밀려든다. 김 대표는 "쌀화환은 가격이 10만~15만원(3단 기준 · 쌀 10㎏)으로 일반 화환과 비슷해 실용성을 강조하는 젊은 고객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쌀화환을 만든 후 농민들에게 고맙다는 전화를 받는다"며 "26년째 꽃배달 사업을 해왔지만 요즘처럼 감사인사를 많이 받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웬만한 슈퍼보다 쌀을 더 많이 파는 것 같아요. 가끔 쌀배달도 하느냐는 전화가 오는데 쌀만은 따로 안 팝니다. "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