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위축됐던 국내 PEF(사모투자전문회사) 시장이 최근 들썩이고 있다. 작년부터 지식경제부와 국민연금이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과 기업구조조정 촉진의 목적으로 총 1조4000억원을 수혈한 데 이어 최근 정책금융공사에서도 1조5000억원을 출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지부진한 PEF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높지만,너무 많은 자금이 한꺼번에 풀린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가 1조5000억원을 출자해 조성할 PEF의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된 15개사는 8월 말로 예정된 PEF 설립 1차 시한을 앞두고 투자자(LP) 유치전에 본격 돌입했다. 정책금융공사는 운용사를 선정하면서 전체 PEF 운용금액의 최대 70%까지 출자했다. 운용사들은 나머지 30%를 채워줄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주요 타깃은 연기금 은행 보험사 등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과 보험사는 PEF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아 결국 연기금의 역할이 중요한데 대체 투자분야 '큰손'인 국민연금이 정책금융공사가 주도하는 PEF에 투자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해 자금유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투자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힌 연기금이 없지만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한 일부 연기금이 조만간 투자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치해야 할 자금 규모가 큰 GP들은 조만간 연기금들이 위탁운용사 결정을 위해 개최할 '미인대회'에 대비해 인맥을 총동원해 연기금 실무자들과 연쇄적으로 만나 PEF 운용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찌됐건 정부와 연기금의 대규모 자금 투입으로 PEF 시장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스틱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벤처캐피털사들이 PEF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04년 말 PEF제도가 도입된 이래 연도별 약정액은 2005년 4조원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몰아친 지난해엔 2조8000억원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지경부와 국민연금이 출자한 PEF들이 시차를 두고 속속 설립되면서 올해는 5월 말까지 약정액만 3조7000억원으로 이미 지난 한 해 규모를 넘어섰다. 정책금융공사가 출자한 PEF들이 연말까지 속속 설립될 경우 올 약정액은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자금공급 과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꺼번에 많은 자금이 공급돼 PEF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계기업에까지 자금이 흘러갈 경우 적잖은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