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P3 시장의 상당 부분을 애플 '아이팟터치'에 내준 삼성전자가 '갤럭시터치'를 앞세워 실지 회복에 나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와 비슷한 디자인을 채용한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제품(YP-MB2)을 다음 달께 선보일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스마트폰 갤럭시S,태블릿PC 갤럭시탭과 삼각편대를 이뤄 애플의 아이폰,아이팟터치,아이패드와 정면승부를 벌이려는 포석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젊은 소비층의 사용자 경험을 잡는다

기능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스마트 IT기기 선택에는 사용자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팟터치에 익숙해진 젊은 소비층이 애플 아이폰 바람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MP3에서 태블릿PC까지 갤럭시 풀라인업을 구축하려는 이유다.

삼성은 갤럭시터치의 가격을 20만원 안팎으로 잡고 아이팟터치가 차지해온 소비층을 정조준하기로 했다. 외관은 지난달 선보인 스마트폰 갤럭시S와 흡사하게 만들었다. 통화기능만 쏙 뺀 제품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갤럭시S와 같은 4.0인치 슈퍼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를 채용했다. 터치위즈 3.0을 UI(사용자 환경)로 채택했고 300만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음악감상 기능을 높이기 위해 스테레오 스피커를 내장했다. 1㎓(기가헤르츠) 프로세서를 사용해 터치 기반의 빠른 구동이 가능하다. 고화질(HD) 동영상 재생도 할 수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안드로이드 마켓을 이용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94만원 수준인 갤럭시S와 달리 가격을 낮춰 이용자들의 부담을 줄였다.

◆삼성전자,갤럭시 시리즈로 무장

삼성은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갤럭시터치-갤럭시S(스마트폰)-갤럭시탭(태블릿PC)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구성하게 됐다. 애플이 아이팟-아이폰(스마트폰)-아이패드(태블릿PC)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과 맞아떨어진다. 애플은 2009년 9월 아이팟터치를 내놓으면서 모바일 기기 시장에 일대 변화를 일으켰다. 독자적인 운영체제(iOS)를 기반으로 만든 이 제품은 MP3 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신제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하드웨어 중심의 모바일기기 시장 판도를 바꿨다. 이용자들이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전쟁으로 국면이 바뀐 것.불과 1년 사이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자 삼성전자는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 MP3와 스마트폰, PC 시장에서 애플에 대응할 수 있는 대표제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무선사업부를 중심으로 기존의 '옙'시리즈에서 과감히 벗어난 '갤럭시'시리즈 개발에 들어갔다.

◆주목받는 삼성-애플 맞대결

삼성전자와 애플의 진검승부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애플 아이패드가 국내 시장에 상륙하는 데다 삼성전자 역시 7인치와 10인치의 태블릿PC로 맞불을 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AMOLED 기반의 갤럭시탭을,컴퓨터사업부는 10인치 LCD 기반의 제품을 내놓는다. 갤럭시S가 국내에서 출시 19일 만에 30만대가 넘게 팔린 것도 삼성전자엔 희소식이다.

애플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이패드가 출시 80일 만에 300만대 넘게 팔려나갔고 아이폰4도 안테나 결함으로 인한 불량 논란이 일고 있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아이폰4를 빼닮은 아이팟터치 4세대마저 하반기에 출시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