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보였던 미국 경제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미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FRB는 지난달 22~23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14일 공개했다. FOMC는 FRB의 통화정책 결정기구로 17명의 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 3.2~3.7%에서 3.0~3.5% 범위로 하향 조정했다.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고용시장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9.5%를 나타냈다. FOMC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업률도 당분간 높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FOMC는 올해 실업률이 9.2~9.5%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정례회의 때 밝힌 9.1%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내년 실업률도 8.3~8.7%에 이르는 등 높은 실업률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FOMC는 전했다.

이에 따라 FOMC는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매우 느리다'"며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미흡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경제전망이 '상당히' 악화된다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데도 입을 모았다.

FOMC는 그러나 지금 당장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기준금리가 유지되고 있을 뿐 아니라 경기부양을 위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정부의 재정적자도 골칫거리이기 때문이다. FOMC는 지난달 회의에서 높은 실업률과 낮은 물가상승률을 이유로 향후 몇 개월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FRB의 비관적 전망을 뒷받침하듯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도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미 상무부는 이날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월에 비해 0.5%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소비지출은 전체 GDP의 약 70%를 차지한다. 경기 회복 판단의 중요한 지표인 소매판매 부진은 올해 초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미국 경제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증거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진단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