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은 신명나서 하고 절반은 전문기자로서 알아야 하기 때문에 한다. 하기 싫으면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독자를 알게 돼 기뻤다. 트위터를 시작한 뒤에는 독자들과 대화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페이스북은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지인들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고,팬과 커뮤니케이션하기에 적합해 관심을 갖고 있다.
트위터 친구들과는 '번개'도 자주 하는 편이다. 신촌이나 홍대 앞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테크놀로지 얘기를 한다. 친구들 나이는 제각각이다. 20대도 있고 30대,40대도 있다. 직급도 천차만별이다. 호칭은 간단하다. '하이컨셉님''혜민아빠님''무적전설님' 식으로 블로그 닉네임에 '님'만 붙인다. 학연 · 지연은 따지지 않는다. 50대가 20대한테 배우는 경우도 많으니 나이는 큰 의미가 없다.
소셜 미디어 흐름을 따라가면서 늘 생각하는 화두는 '코쿠너(cocooner)'와 '커넥터(connector)'이다. 코쿠너는 누에고치(cocoon)처럼 외부와 단절한 채 자기 영역에 머물며 사는 사람,쉽게 말해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커넥터는 온라인 · 오프라인 친구들과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앉으나 서나 이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사는 신인류를 일컫는 말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코쿠너와 커넥터를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인맥이라고 하면 혈연 · 지연 · 학연이 중심이었고 네트워크를 통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은 유선전화가 전부였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뜨면서 달라졌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람과 연결되지 않은 사람의 구분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사회는 기성세대에게 커넥터가 되길 종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 퓨처 리서치가 각계 전문가 8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앞으로 10년간 인터넷이 인간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자가 85%나 됐다. 젊은이들이 커넥터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수긍이 간다. 그러나 기성세대만 놓고 보면 다르다. 스마트폰이든 소셜 미디어든 이들에겐 스트레스만 안겨주는 애물단지일 뿐이다. 외면하자니 무시당할 것 같고,배우자니 어렵다.
네트워크와 단절한 채 사는 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네트워크를 끊고 '소박한 생활,고상한 사고(simple living and high thinking)'를 추구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문제는 네트워크와 단절할 때 치러야 하는 대가가 인터넷이 없던 시절의 은둔생활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크다는 점이다. 반년 만에 만난 손자 손녀와 말조차 통하지 않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소셜 미디어를 잘 사용하는 사람과 전혀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 간의 격차를 '소셜 디바이드(social divide)'라고 한다. 이것은 정보화 초기의 '컴맹'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찾아야겠지만 개개인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강원도 화천 산골에 사는 소설가 이외수씨는 예순넷의 나이에도 트위터를 활용해 커넥터로서 살고 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