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가는 팬택의 자존심이다. 승부다운 승부를 내보겠다. "

15일 서울 상암동에 있는 팬택 본사 2층 강당.파란색 셔츠에 노타이 차림의 정장을 한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단상에 올랐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2.1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신제품 '베가'를 손에 쥔 그는 30여분의 프레젠테이션 내내 '애플, 승부'라는 단어를 쏟아냈다.

◆애플 제압은 꿈이 아니다

맨손으로 팬택을 차린 지 20년.박 부회장은 이번이 정말 팬택엔 '존폐의 기로'라고 했다. 내년 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시장 판도가 바뀌면서 위기가 닥쳤다고 했다. 시장을 휘저어놓은 것은 스티브 잡스가 이끄는 애플이었다. 시장이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재편되면서 팬택은 크게 흔들렸다. 올 2분기까지도 흑자를 유지했지만 실적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박 부회장은 절치부심했다. 맨손으로 창업해 휴대폰으로 먹고 산 20년의 자존심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애플 제압'.꿈 같은 이야기지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정면승부밖엔 없었다. 자존심을 걸고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처음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 제품을 들고 구글을 방문했을 땐 인증을 해줄 수 없다는 퇴짜를 맞았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몇 달 뒤.'시리우스'(4월 출시) 시제품을 들고갔다.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최고제품"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자신감이 생겼다. 승부의 기회였다. 터치기술(감압식) 고집도 버렸다.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터치방식(정전식)을 채택했다. 시제품 3000개를 만들어 직접 써보면서 UI(사용자환경)를 만들고, 때리고 부숴가며 품질검사를 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베가다. 박 부회장은 "애플과 정면 승부하겠다는 것은 결코 꿈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팬택 20년 기술의 집약폰 '베가'

업계에선 베가를 호평하고 있다. 3.7인치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에 1㎓(기가헤르츠) 프로세서 탑재,114g의 가벼운 몸체에 날렵한 디자인,빠르게 반응하는 터치감까지.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 삼성전자 갤럭시S와 견줘 모자란 부분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양한 포맷의 동영상 감상,지도검색,구글 음성검색은 물론 다음,네이버 등의 종합포털 검색도 한번에 할 수 있다. 내장 메모리는 500MB(메가바이트)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 앱) 250여개까지 내려받아 쓸 수 있도록 했다. 사진과 동영상 등의 저장을 위해 기본으로 제공하는 외장 메모리 용량은 8GB.최대 32GB까지 늘려 사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전작인 '시리우스'처럼 출고가격이 89만원대라면 애플 아이폰4와 갤럭시S에 밀릴 수 있다. 팬택은 "통신사와 협상을 하고 있다"며 언급을 꺼렸다. 팬택은 아이폰4 국내 출시에 맞춰 이달 말 SK텔레콤을 통해 베가를 내놓기로 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