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교향악단으로 키울 겁니다. 전 마술사가 아니라서 혼자서는 힘들어요. 잘하고 있는 것은 계속 유지하고 잘 안 되는 것은 개선을 통해 KBS교향악단을 세계적인 방송사 소속 오케스트라로 만들겠습니다. "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함신익씨(53 · 사진)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KBS교향악단은 2004년 전임 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옌코가 물러난 뒤 수장 공석 사태가 6년 만에 함씨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다. 함씨는 1991년 피텔베르크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주목받았다. 미국 애벌린 필하모닉,그린베이 심포니,예일 필하모니아 음악감독을 역임했으며 2001~2006년 대전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했다. 현재 미국 예일대 음대 교수다.

KBS교향악단은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꼽혔지만 상임지휘자 공석 사태,법인화 갈등 등을 거치면서 실력이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원도 6년 전 120명에서 80명으로 줄었다.

함씨는 지난 3월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최종 후보에 선정됐지만 4개월이 지나서야 공식 취임할 정도로 내부 반발도 컸다. 그는 "KBS교향악단 단원들이 저에게 직접적으로 반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지휘자라는 자리가 항상 사랑받는 자리는 아니다"며 "제가 1992년부터 KBS교향악단을 객원으로 지휘했는데 그동안 저의 진정한 모습을 단원들에게 보여주지 못 한 것 같아 이제부터는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인규 KBS 사장과 지연옥 KBS 시청자본부장 등이 동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KBS는 함씨의 취임을 계기로 KBS교향악단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다음 달에 정식 공고를 내고 단원을 충원할 계획이며 악단용 공용 악기 구입에 10억원을 쓸 예정이다. 오는 10월의 유엔총회장 및 뉴욕 카네기홀 공연 등 해외 연주회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연주 프로그램도 대폭 손질한다. 올해까지는 예정대로 정기연주회를 진행하지만 내년부터는 클래식 명곡을 즐길 수 있는 '마스터스 시리즈',국내에 낯선 음악을 소개하는 '디스커버리 시리즈',클래식 저변을 확대하는 '레인보우 시리즈' 등으로 연주회 프로그램을 짠다.

함씨는 "세계 최고 수준의 단원을 영입하고 급여를 높이는 것은 물론 매니지먼트 부문을 강화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모차르트,하이든,베토벤의 작품 등 기본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곡들도 연주하고 살아 있는 작곡가의 작품을 비롯한 현대 음악도 꾸준히 발굴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KBS교향악단은 오는 22일 서울 KBS홀,23일 예술의전당에서 상임지휘자 취임 기념연주회를 연다.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를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가 협연자로 나선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