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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복지병 수렁'에 빠지나] (5) 3년전 개혁은 '반쪽'에 불과…근본 처방은 손도 못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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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뜨거운 감자 '국민연금'
    그대로 내고 적게 받는 구조…연금고갈 13년만 늦췄을뿐
    개혁 늦춰질수록 후손들 부담…그리스 등 유럽국가들 몸살
    #1.지난달 27일,그리스 아테네는 거리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들썩였다. 시위대는 "정부가 우리를 속였다"며 분노했다. 이날 정부가 확정한 연금개혁안 때문이었다. 재정 위기에 빠진 그리스는 여성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을 현재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기로 했다. 연금납부 기간은 37년에서 40년으로 늘렸다.

    #2.한국에서는 국민연금 개혁 논란이 3년 전에 매우 뜨거웠다. 소득의 9%를 연금 보험료로 내고 '평균소득의 60%'를 연금으로 받는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47년에 기금이 완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당근'으로 제시한 끝에 '2008년부터 평균소득의 50%,그 이후부터 해마다 0.5%포인트씩 낮춰 2028년에는 40%를 연금으로 받는 것'으로 국민연금을 바꾸었다. 그 이후 한국 사회는 적어도 국민연금 문제에 대해서만은 조용하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겪고 있는 연금 문제를 우리는 해결한 것인가.

    ◆미완의 연금개혁

    2007년 국민연금 개혁의 골자는 '보험료는 종전 그대로 내고 연금은 적게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47년으로 예상됐던 국민연금 예상 고갈시기는 2060년으로 13년 늦춰졌다. 소진 시기만 달라졌을 뿐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반쪽짜리 개혁'이었던 셈이다.

    얼마를 더 내야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는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해 5년마다 재정장기추계를 실시하고 있다. 2007년 개혁 내용을 반영한 2008년 장기추계에 따르면 70년 후에도 기금 소진 없이 일정한 적립배율(현재 적립금/차년도 연금지출액)을 유지하려면 현재 9%인 연금 보험료율을 17.5%까지 높여야 한다. 이 수치는 출산율이 2030년까지 1.28명으로 증가한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것이어서 출산율이 이보다 낮아질 경우 내야 하는 보험료는 더 늘어나게 된다.

    기금이 2044년부터 급속히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2078년까지 수지 적자가 발생하지 않게 만들려면 보험료율이 14.31%는 돼야 한다. 현재 정부가 약속한 '평균소득의 40~50%'를 연금으로 주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12.49%로 지금보다 3.49%포인트 높여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윤석명 한국보험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을 처음 만들 때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연금을 주겠다고 약속한 탓에 2007년 개혁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미래에 지급해야 할 돈이 잠재 부채로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혁이 늦춰질수록 후손이 부담해야 하는 부채가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2050년께 국민연금의 잠재부채가 GDP의 10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기금운용 안정성이 중요

    정부도 국민연금이 머지않은 장래에 고갈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기금 운용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수익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국민들이 내야 하는 보험료율이 2.3%포인트가량 떨어지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은 안정성이나 환금성을 희생하는 것인 만큼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고수익을 추구해서 부족한 연금을 메우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연금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금운용의 안정을 추구하는 게 우선이란 얘기다.

    연금의 장기 재정건전성을 판단하기 위한 도구들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선진국들은 금융사에서 쓰고 있는 자산부채종합관리시스템(ALM)을 연금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물가상승률 등 외부 요소에 따라 연금이 가진 자산(적립금)과 부채(지급해야 하는 연금)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연금 기금운용의 장기 로드맵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올해 말께 ALM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재분배 기능 보완해야

    현재 연금은 저소득층일수록 낸 돈에 비해 받아가는 돈의 비율이 매우 높다. 국민연금에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저 등급인 월 소득 23만원 미만 가입자가 20년간 돈을 낼 경우 수급연령에 도달했을 때 이들이 20년간 돌려받는 돈(현재가치 기준)은 낸 돈의 5.5배에 이른다. 반면 월 소득액이 360만원인 사람은 낸 돈의 1.8배를 돌려받는 데 그치고 있다. 저소득층에 비해 3분의 1 정도만 되돌려 받는 셈이다.

    문제는 저소득층의 수익 배수가 이처럼 높다보니 국민연금이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세 자영업자 등 일부 지역가입자와 주부 학생 등 임의가입자는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매우 적은 보험료로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있다. 예컨대 부유층에 속하는 주부가 임의가입자로 매달 8만9100원씩 20년간 내면 죽을 때까지 매달 현재가치로 약 30만원을 받아갈 수 있다. 통상적인 금융상품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정부가 보증하는 훌륭한 재테크 수단인 셈이다. 실제로 작년 말 서울의 여성 임의가입자 7603명 중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의 임의가입자 비율이 전체의 33%로 타 지역보다 높았던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상은/서욱진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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