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시한폭탄' LH] (1) 택지 안팔리고 중도금 못받고…'쌓이는 빚' 결국 국민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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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나 부실하길래 - 전국 개발지역 대혼란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 한복판에 자리잡은 장기동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15일 찾은 이곳의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한강신도시 최고의 가치'라는 빛바랜 플래카드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이모 분양소장은 "시행사가 토지 잔금을 LH에 내지 못해 위약금을 물고 택지 매매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중도에 계약을 해지한 필지는 전체 58개 블록 중 11개.3년여 전 땅을 산 건설사들은 미분양 우려에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계약금과 중도금 이자를 미련없이 포기했다. 때문에 1~2년 전에 분양한 일부 아파트 건물만 듬성듬성 올라갈 뿐 대부분의 땅은 황량한 모습이었다.
김포 한강신도시로 통하는 관문인 김포 고촌.3개월 전 들어선 I사의 아파트 모델하우스 역시 문을 열지 못하고 폐가처럼 남았다. 이 회사는 LH로부터 택지를 사들였지만 토지 사용 시기가 지났음에도 잔금을 내지 못해 아파트를 분양할 수 없다.
김포 한강신도시를 비롯해 LH의 전국 414개 사업지구가 정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시 기능이 완성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LH의 부채 급증으로 결국 국민 혈세를 투입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부동산 시장 불투명해 사업 포기 속출
작년 4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지구에서 상업용지 한 필지를 매입한 시행사 L사는 중도금을 연체하고 있다. 현재 4회차 중도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계약금만 낸 채 버티고 있다. 그래도 LH는 지난주 중도금 납부촉구서 한 장만 달랑 보냈을 뿐 매매계약을 해지하지 못하고 있다. 해지해 봐야 다른 곳에 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심화한 부동산 시장 침체는 LH의 자금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조성해 놓은 택지는 팔리지 않고 택지를 사간 건설사들은 중도금을 연체하고 있다.
중도금을 내지 않고 있는 곳은 작은 규모의 시행사뿐만이 아니다. 세종시 등에서는 대형 건설사들도 중도금을 내지 않고 있다. LH에 따르면 매각한 토지 중 중도금이 정상적으로 납입되고 있는 비율은 26% 수준에 그치고 있다.
택지 해약 사태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뻔한 만큼 계약금을 날리더라도 해약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영종하늘도시에서 분양한 52개 공동주택용지 가운데 20필지가 해약됐다. 2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영종하늘도시 땅을 산 중견 C건설 관계자는 "계약금 210억원과 중도금 대출이자 105억원을 떼이지만 사업을 계속해 더 큰 손실을 보는 것보다 해약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서는 거의 토지가 팔리지 않고 있다. LH가 올 들어 전국에서 공급한 필지 중 팔린 것은 17%에 불과하다. 보유 자산 매각도 신통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사옥 15곳을 매각해 1조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 옛 토지공사 서울지역본부 사옥 한 곳만 파는 데 성공했다.
서후석 명지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들은 강남권 보금자리지구 등 인기 지역이 아니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며 "오는 9월 LH가 재무구조 개선 대책을 내놓는다 해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 개발지역 혼란 속으로
LH가 전국에서 개발하고 있는 택지지구 등 개발사업은 414개에 이른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LH는 이미 상당수 사업을 중단했다. LH는 겉으로는 사업이 잠시 지연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LH의 자금 사정을 감안할 때 상당수 사업이 아예 백지화되거나 축소되는 게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성은 있지만 과잉 공급이 예상되는 곳은 일정을 1~3년 정도 늦추고,수요나 사업성이 없는 지구는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현장에서는 사업 취소가 현실화하고 있다. 대전 동구에선 LH가 대신2 천동3 등 주거환경개선사업 5곳의 시행을 중단했다. 이미 보상계획까지 통보한 곳도 있지만 LH가 사업을 계속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규모 도시개발사업과 신도시 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LH는 강원도 속초시 노학지구 도시개발사업(95만1000㎡)을 최근 포기했다.
파주 운정3지구,양주 회천지구 등 참여정부 시절 시작한 12개 신도시 사업 가운데 상당수도 보상이 지연되거나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에선 현금 대신 채권 보상을 하기로 했다가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작년 10월 전액 채권 보상을 추진했다가 주민 반발에 밀려 올 4월 현금과 채권을 섞어서 보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초 이곳의 보상 시기는 2008년 10월이었다.
조성근/김포=이정선 기자 truth@hankyung.com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중도에 계약을 해지한 필지는 전체 58개 블록 중 11개.3년여 전 땅을 산 건설사들은 미분양 우려에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계약금과 중도금 이자를 미련없이 포기했다. 때문에 1~2년 전에 분양한 일부 아파트 건물만 듬성듬성 올라갈 뿐 대부분의 땅은 황량한 모습이었다.
김포 한강신도시로 통하는 관문인 김포 고촌.3개월 전 들어선 I사의 아파트 모델하우스 역시 문을 열지 못하고 폐가처럼 남았다. 이 회사는 LH로부터 택지를 사들였지만 토지 사용 시기가 지났음에도 잔금을 내지 못해 아파트를 분양할 수 없다.
김포 한강신도시를 비롯해 LH의 전국 414개 사업지구가 정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시 기능이 완성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LH의 부채 급증으로 결국 국민 혈세를 투입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부동산 시장 불투명해 사업 포기 속출
작년 4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지구에서 상업용지 한 필지를 매입한 시행사 L사는 중도금을 연체하고 있다. 현재 4회차 중도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계약금만 낸 채 버티고 있다. 그래도 LH는 지난주 중도금 납부촉구서 한 장만 달랑 보냈을 뿐 매매계약을 해지하지 못하고 있다. 해지해 봐야 다른 곳에 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심화한 부동산 시장 침체는 LH의 자금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조성해 놓은 택지는 팔리지 않고 택지를 사간 건설사들은 중도금을 연체하고 있다.
중도금을 내지 않고 있는 곳은 작은 규모의 시행사뿐만이 아니다. 세종시 등에서는 대형 건설사들도 중도금을 내지 않고 있다. LH에 따르면 매각한 토지 중 중도금이 정상적으로 납입되고 있는 비율은 26% 수준에 그치고 있다.
택지 해약 사태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뻔한 만큼 계약금을 날리더라도 해약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영종하늘도시에서 분양한 52개 공동주택용지 가운데 20필지가 해약됐다. 2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영종하늘도시 땅을 산 중견 C건설 관계자는 "계약금 210억원과 중도금 대출이자 105억원을 떼이지만 사업을 계속해 더 큰 손실을 보는 것보다 해약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서는 거의 토지가 팔리지 않고 있다. LH가 올 들어 전국에서 공급한 필지 중 팔린 것은 17%에 불과하다. 보유 자산 매각도 신통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사옥 15곳을 매각해 1조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 옛 토지공사 서울지역본부 사옥 한 곳만 파는 데 성공했다.
서후석 명지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들은 강남권 보금자리지구 등 인기 지역이 아니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며 "오는 9월 LH가 재무구조 개선 대책을 내놓는다 해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 개발지역 혼란 속으로
LH가 전국에서 개발하고 있는 택지지구 등 개발사업은 414개에 이른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LH는 이미 상당수 사업을 중단했다. LH는 겉으로는 사업이 잠시 지연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LH의 자금 사정을 감안할 때 상당수 사업이 아예 백지화되거나 축소되는 게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성은 있지만 과잉 공급이 예상되는 곳은 일정을 1~3년 정도 늦추고,수요나 사업성이 없는 지구는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현장에서는 사업 취소가 현실화하고 있다. 대전 동구에선 LH가 대신2 천동3 등 주거환경개선사업 5곳의 시행을 중단했다. 이미 보상계획까지 통보한 곳도 있지만 LH가 사업을 계속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규모 도시개발사업과 신도시 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LH는 강원도 속초시 노학지구 도시개발사업(95만1000㎡)을 최근 포기했다.
파주 운정3지구,양주 회천지구 등 참여정부 시절 시작한 12개 신도시 사업 가운데 상당수도 보상이 지연되거나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에선 현금 대신 채권 보상을 하기로 했다가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작년 10월 전액 채권 보상을 추진했다가 주민 반발에 밀려 올 4월 현금과 채권을 섞어서 보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초 이곳의 보상 시기는 2008년 10월이었다.
조성근/김포=이정선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