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교병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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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붉은 꽃 없고 달도 차면 기운다고 한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성공한 자가 빠져들기 쉬운 오만을 휴브리스(Hubris)라고 불렀다. 역사는 창조적 소수에 의해 바뀌지만 일단 역사를 바꾸는 데 성공한 창조적 소수는 자기 능력이나 방법을 우상화,세상 변화에 상관없이 제 방식을 고집하다 실패하기 쉽다는 것이다.
수에즈 운하 건설에 성공한 페르디낭 드 레셉스가 지형과 기후조건이 전혀 다른 파나마운하를 같은 방법으로 건설하려다 처참하게 무너진 일은 대표적 예로 꼽힌다. 한마디로 성공했다고 잘나간다고 교만해져 우쭐거리거나 목에 힘주면서 제멋대로 굴면 탈이 난다는 얘기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수명은 15년이다. 1955년 미국 기업의 평균수명은 45년이었지만 요즘엔 13년이란 보고도 있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은 40년이지만 국내 중소기업은 10.6년에 불과하다.
기업의 수명이 짧아지는 원인으로는 성장하면서 부딪치는 복잡성이 꼽힌다. 환경 변화와 치열한 경쟁,시장 판도를 바꾸는 파괴적 기술 출현이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1등이라고 변화와 혁신을 외면하면 어느 새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얘기다.
삼성이 지닌 6월7일 '마불정제(馬不停蹄:달리는 말은 멈추지 않는다)'란 사자성어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끊임없는 정진을 요구한 데 이어 다시 '교병필패(驕兵必敗)'라는 메시지를 내놨다고 한다. 교병필패란 중국 전한시대 고사에서 나온 말로 강함이나 승리를 믿고 교만해진 군대나 병사는 반드시 패한다는 말.
교병필패의 이유는 간단하다. 이기면 교만해지고,교만해지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적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생로병사나 흥망성쇠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지만 건강관리에 따라 수명은 늘어나고 기업의 운명 또한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성공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수시로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못본 그꽃'(고은)이란 시도 있거니와 산도 올라갈 땐 앞사람 엉덩이만 보는 수가 흔하다. 제아무리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쉼표가 없으면 노래할 수 없다고 한다. 잘나간다고 우쭐할 게 아니라 잘나갈 때 여기저기 점검할 일이다. 병도 아프다고 느낀 뒤에 치료하려 들면 이미 늦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수에즈 운하 건설에 성공한 페르디낭 드 레셉스가 지형과 기후조건이 전혀 다른 파나마운하를 같은 방법으로 건설하려다 처참하게 무너진 일은 대표적 예로 꼽힌다. 한마디로 성공했다고 잘나간다고 교만해져 우쭐거리거나 목에 힘주면서 제멋대로 굴면 탈이 난다는 얘기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수명은 15년이다. 1955년 미국 기업의 평균수명은 45년이었지만 요즘엔 13년이란 보고도 있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은 40년이지만 국내 중소기업은 10.6년에 불과하다.
기업의 수명이 짧아지는 원인으로는 성장하면서 부딪치는 복잡성이 꼽힌다. 환경 변화와 치열한 경쟁,시장 판도를 바꾸는 파괴적 기술 출현이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1등이라고 변화와 혁신을 외면하면 어느 새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얘기다.
삼성이 지닌 6월7일 '마불정제(馬不停蹄:달리는 말은 멈추지 않는다)'란 사자성어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끊임없는 정진을 요구한 데 이어 다시 '교병필패(驕兵必敗)'라는 메시지를 내놨다고 한다. 교병필패란 중국 전한시대 고사에서 나온 말로 강함이나 승리를 믿고 교만해진 군대나 병사는 반드시 패한다는 말.
교병필패의 이유는 간단하다. 이기면 교만해지고,교만해지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적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생로병사나 흥망성쇠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지만 건강관리에 따라 수명은 늘어나고 기업의 운명 또한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성공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수시로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못본 그꽃'(고은)이란 시도 있거니와 산도 올라갈 땐 앞사람 엉덩이만 보는 수가 흔하다. 제아무리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쉼표가 없으면 노래할 수 없다고 한다. 잘나간다고 우쭐할 게 아니라 잘나갈 때 여기저기 점검할 일이다. 병도 아프다고 느낀 뒤에 치료하려 들면 이미 늦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