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뉴스] 물레방앗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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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사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치즈와 구더기』는 이단혐의로 중세 종교재판에 회부된 이탈리아 동북부 프리올라 시골마을의 방앗간 주인 메노키오의 법정 기록을 살펴봄으로써 고대에서 부터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던 자생적‘민중문화’의 존재를 파헤친 작품이다.
이 책에 대해선“한편의 추리소설을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는 평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별 관심이 없는 중세 민중들의 우주관이란 주제 탓인지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방앗간 주인이자 마을 촌장이기도 한 메노키오는 종교의 서슬이 시퍼렇던 중세사회에서 ‘이단’의 굴레를 벗어날 가망이 없던 ‘과격한’주장을 하다가 종교재판에 회부되고,종교재판에서도 자신의 파격적인 생각을 가감없이 개진한 인물이다.
예를 들어 세계는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마치 우유에서 치즈가 만들어지고 썩은 우유와 치즈에서 구더기가 나오듯 흙,바람,물 등이 섞인 혼돈속에서 구더기 같은 존재인 천사와 신이 만들어졌다는 등의 약간은 황당한 자연발생적 세계관을 드러내는 식이다. 결국 메노키오는 무슨 똥배짱인지 이같은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게되고 수차례 지리한 법정소송뒤에 화형에 처해지게 된다.
이같은 중세의 재판기록을 통해 긴즈부르그는 메노키오의 사고가 사회문화의 저변에 뿌리깊게 존재하고 있던 민중문화의 전통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메노키오가 당시로선 드물게 초보적인 독서가 가능한 인물이었지만 이같은 파격적인 사고는 독서의 영향이나,루터파 사고방식을 받아들인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단테의 신곡과 같은 공통의 텍스트가 아니라 세대에서 세대 사이를 구전으로 전해진 각종 전통과 신화,열망 등의 거대한 전통문화가 깊은 저류처럼 사라지지 않은채 끊임없이 일반인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긴즈부르그가 방앗간 주인이란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메노키오가 종교재판에 회부될 만한 독특한 사고를 했으며, 그것을 발설했고, 또 신고당했다고 지적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긴즈부르그는 중세 이탈리아의 여러 경제적 환경적 요인 때문에 아무리 조그만 시골마을이라고 하더라도 개울물이나 바람으로 돌아가는 방앗간 하나 정도는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우선 지적한다. 방앗간이 없는 곳이 없었던 만큼 중세 이탈리아에서 방앗간 주인은 이탈리아 전역에 널리 퍼져있는 흔한 직업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방앗간 주인이었지만 카톨릭의 시각에선 방앗간은 이단적 사고의 온상으로 지목됐는데 16세기 시인 안드레아 다 베르가모 같은 경우에는 "진정한 방앗간 주인은 반은 루터파" 라고 묘사할 정도였다고 한다.
방앗간 주인들이 이같은 평가를 받는데는 오랜세월 동안 굳어진 농민과 방앗간 주인간 대립으로 방앗간 주인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덧씨워진 점도 한몫했다. 방앗간 주인은 귀족편에 서서 농민의 생산물을 수탈하는데 앞장서고,농민을 속여 곡식을 빼앗는 존재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다. 결국 방앗간 주인은 기민하고,탐욕스러우며,사기에 능하고 도둑질이나 하는 존재로 "지옥행이 예약된 존재" 라는 스테레오타입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같은 전형적인 방앗간 주인상은 각종 민중전설이나 신화,속담,우화 등에 녹아들어갔고 자연스럽게 이단의 굴레도 원래 나쁜놈이었던 방앗간 주인들에게 더 잘 덮어씌워진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세의 정적이고 폐쇄적인 사회에서 방앗간은 몇안되는 만남과 사회교류의 장이었던 관계로 의견교환의 장소라는 점이 부각됐다.(한국사회에선 젊은 남녀의 은밀한 만남과 소통 및 접촉의 상징으로 방앗간이 자리잡았는데 중세 이탈리아에서의 이미지와 같은 것인지,다른 것인지....) 결국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는 존재이면서도,평과 이미지가 좋지 않은 존재가 불온한 생각을 널리 퍼뜨리기까지 한다”고 여겨져 더욱더 자주 이단으로 의심받고 재판에 회부됐다는 설명인 것이다.
현대 한국사회에도 중세 방앗간 주인처럼 부정적 인식과 이미지가 강한 직업군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온라인 서핑을 하다 느낀 부정적 직업군을 개략적으로 정리해보자면 목사를 비롯한 종교인과 경찰,검사 등 권력기관 관계자,기업인,의사 등 부유하신 분들과 판사,교사 등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분들인 경우가 많은 듯 하다. 대충 사회에서 괜찮다고 여겨지는 직업은 욕먹는데 빠지지 않는데. 여기에 선망받는 직업에 해당하는 요건은 하나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면서 욕만 먹는 직업으로 기자를 빼놓을 수 없다. 어제 살펴본 한 뉴스는 지방에서 여러사람 등쳐먹고 살던 '사이비 기자'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는 보도였는데 달린 댓글들이 '지방 사이비 기자외에 전국의 기자놈들 다 잡아 족쳐야 한다'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을 듯하다. 현대 한국의 민중문화가 주요 직업들에 대해 이처럼 예외없이 부정적 인식을 갖게된 원인도 곰곰 따져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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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선“한편의 추리소설을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는 평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별 관심이 없는 중세 민중들의 우주관이란 주제 탓인지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방앗간 주인이자 마을 촌장이기도 한 메노키오는 종교의 서슬이 시퍼렇던 중세사회에서 ‘이단’의 굴레를 벗어날 가망이 없던 ‘과격한’주장을 하다가 종교재판에 회부되고,종교재판에서도 자신의 파격적인 생각을 가감없이 개진한 인물이다.
예를 들어 세계는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마치 우유에서 치즈가 만들어지고 썩은 우유와 치즈에서 구더기가 나오듯 흙,바람,물 등이 섞인 혼돈속에서 구더기 같은 존재인 천사와 신이 만들어졌다는 등의 약간은 황당한 자연발생적 세계관을 드러내는 식이다. 결국 메노키오는 무슨 똥배짱인지 이같은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게되고 수차례 지리한 법정소송뒤에 화형에 처해지게 된다.
이같은 중세의 재판기록을 통해 긴즈부르그는 메노키오의 사고가 사회문화의 저변에 뿌리깊게 존재하고 있던 민중문화의 전통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메노키오가 당시로선 드물게 초보적인 독서가 가능한 인물이었지만 이같은 파격적인 사고는 독서의 영향이나,루터파 사고방식을 받아들인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단테의 신곡과 같은 공통의 텍스트가 아니라 세대에서 세대 사이를 구전으로 전해진 각종 전통과 신화,열망 등의 거대한 전통문화가 깊은 저류처럼 사라지지 않은채 끊임없이 일반인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긴즈부르그가 방앗간 주인이란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메노키오가 종교재판에 회부될 만한 독특한 사고를 했으며, 그것을 발설했고, 또 신고당했다고 지적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긴즈부르그는 중세 이탈리아의 여러 경제적 환경적 요인 때문에 아무리 조그만 시골마을이라고 하더라도 개울물이나 바람으로 돌아가는 방앗간 하나 정도는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우선 지적한다. 방앗간이 없는 곳이 없었던 만큼 중세 이탈리아에서 방앗간 주인은 이탈리아 전역에 널리 퍼져있는 흔한 직업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방앗간 주인이었지만 카톨릭의 시각에선 방앗간은 이단적 사고의 온상으로 지목됐는데 16세기 시인 안드레아 다 베르가모 같은 경우에는 "진정한 방앗간 주인은 반은 루터파" 라고 묘사할 정도였다고 한다.
방앗간 주인들이 이같은 평가를 받는데는 오랜세월 동안 굳어진 농민과 방앗간 주인간 대립으로 방앗간 주인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덧씨워진 점도 한몫했다. 방앗간 주인은 귀족편에 서서 농민의 생산물을 수탈하는데 앞장서고,농민을 속여 곡식을 빼앗는 존재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다. 결국 방앗간 주인은 기민하고,탐욕스러우며,사기에 능하고 도둑질이나 하는 존재로 "지옥행이 예약된 존재" 라는 스테레오타입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같은 전형적인 방앗간 주인상은 각종 민중전설이나 신화,속담,우화 등에 녹아들어갔고 자연스럽게 이단의 굴레도 원래 나쁜놈이었던 방앗간 주인들에게 더 잘 덮어씌워진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세의 정적이고 폐쇄적인 사회에서 방앗간은 몇안되는 만남과 사회교류의 장이었던 관계로 의견교환의 장소라는 점이 부각됐다.(한국사회에선 젊은 남녀의 은밀한 만남과 소통 및 접촉의 상징으로 방앗간이 자리잡았는데 중세 이탈리아에서의 이미지와 같은 것인지,다른 것인지....) 결국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는 존재이면서도,평과 이미지가 좋지 않은 존재가 불온한 생각을 널리 퍼뜨리기까지 한다”고 여겨져 더욱더 자주 이단으로 의심받고 재판에 회부됐다는 설명인 것이다.
현대 한국사회에도 중세 방앗간 주인처럼 부정적 인식과 이미지가 강한 직업군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온라인 서핑을 하다 느낀 부정적 직업군을 개략적으로 정리해보자면 목사를 비롯한 종교인과 경찰,검사 등 권력기관 관계자,기업인,의사 등 부유하신 분들과 판사,교사 등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분들인 경우가 많은 듯 하다. 대충 사회에서 괜찮다고 여겨지는 직업은 욕먹는데 빠지지 않는데. 여기에 선망받는 직업에 해당하는 요건은 하나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면서 욕만 먹는 직업으로 기자를 빼놓을 수 없다. 어제 살펴본 한 뉴스는 지방에서 여러사람 등쳐먹고 살던 '사이비 기자'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는 보도였는데 달린 댓글들이 '지방 사이비 기자외에 전국의 기자놈들 다 잡아 족쳐야 한다'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을 듯하다. 현대 한국의 민중문화가 주요 직업들에 대해 이처럼 예외없이 부정적 인식을 갖게된 원인도 곰곰 따져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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