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세대 직장인 타깃 '성인용' RPG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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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맞춤 콘텐츠…'자동 사냥' 등 일부는 지나쳐
# 30대 직장인 K씨는 최근 초콜릿 복근을 완성하며 '짐승남'으로 거듭났다. 현실에서가 아니라 한 성인용 온라인 게임 속에서의 변신이다. 게임 캐릭터의 복근까지 자기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이 게임에서 그는 짐승남으로 변신해 다른 이용자들과 매일 밤 피를 튀기는 전투를 벌인다.
올 상반기 온라인 게임 시장은 '성인용'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MMORPG)의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4월 NHN 한게임의 성인용 게임 '세븐소울즈'를 필두로 '에이지 오브 코난'(네오위즈게임즈), '주선 온라인'(CJ인터넷) 등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반기에는 '카봇 온라인'(카봇엔터테인먼트)과 '느와르 온라인'(디지탈릭) 등이 그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열기를 반영하듯 PC방 순위 10위(RPG 부문, 게임트릭스 제공) 가운데 4개(일부 게임 성인 서버 포함)는 성인용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임들이다. 전체 순위에서도 20위권 안팎을 유지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들 게임은 상대적으로 간편한 조작과 개성 있는 시스템 등으로 성인층의 지지를 받으며 게임업계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올랐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기존 MMORPG의 장점에 아이템 구매력이 있는 성인을 끌어들일 수 있는 성인용 게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성인 이용자들은 높은 충성도를 보이며 꾸준하게 아이템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게임은 맞춤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2년 이상의 콘텐츠 제작 과정을 거쳤다고 알려졌다.
◇ 한 방 역전과 통쾌한 액션은 필수
최근 선보이는 성인용 MMORPG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한방 역전 시스템'이다.
정식서비스 3개월째 접어든 세븐소울즈는 게임 진행 방식에 일명 '잭팟 시스템'이라 불리는 확률 요소를 접목했다. 사냥 경험치만 주는 기존 게임과 달리 '잭팟포인트'를 별도로 부여해 이용자가 단번에 강력한 아이템을 얻거나 많은 경험치를 쌓을 수 있게 했다. 또 '큐브'라는 복제 시스템을 도입해 확률에 따라 고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 했다.
이 게임은 공개서비스 첫날에만 15만명의 이용자가 접속해 큰 관심을 보였으며 이후에도 RPG 순위에서도 상위권에서 머물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강렬한 액션이다.
에이지 오브 코난은 특히 사실적인 액션으로 성인용 게임의 특징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는다. 실감 나는 전투 장면을 위해 이용자가 자신의 캐릭터 근육 두께까지 하나하나 맞춤 설계를 할 수 있는 '캐릭터 생성시스템'(커스터마이즈)을 적용했다.
네오위즈게임즈 관계자는 "광선 효과와 데미지 숫자를 통해 타격을 연출하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선혈과 상처를 보여주는 사실적인 전투 장면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단순히 성을 빼앗는 것을 넘어 만들고 부술 수도 있는 '공성전' 등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 오래된 게임도, 출시 예정인 게임도 '성인용'
기존에 서비스 중인 게임도 성인을 위한 별도의 콘텐츠를 마련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6월 24일 자사의 대표 게임 '리니지'에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서버(바포메트)를 추가했다. 이용자 간 대결(PvP)을 특화한 이 서버는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와 벌인 전투 횟수에 따라 다른 아이템과 능력치를 차등 지급받는다.
업체 측은 "오래전부터 이 게임을 즐겨왔던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요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게임 이용자들은 "오래간만에 긴장감을 느낀다" "초창기의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인 콘텐츠로 무장한 게임들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카봇엔터테인먼트는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가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는 성인용 MMORPG 카봇온라인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카봇온라인은 이용자가 '크리미널 시스템'을 통해 선인과 악인을 번갈아 선택하고 그에 따라 다른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게임으로 갑옷을 파괴하거나 중립 유닛(NPC)과 연애 미션을 벌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현재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비공개시범테스트(CBT)를 진행 중이다.
◇ '자동 사냥' 등 일부 시스템은 흥미도 떨어트려
성인용 맞춤 콘텐츠와 시스템을 꾸몄지만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
바쁜 직장인을 겨냥해 '자동 사냥'(오토) 방식을 채택한 주선온라인이 대표적이다. 이 게임은 사냥 요소를 축소하고 캐릭터 코스튬이나 게임 내 '결혼제도' 등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게임의 몰입도를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이용자는 "오토를 이용하면 사무실에서도 할 수 있지만 게임 수명은 짧아진다"며 "사냥할 것도 없고 코스튬은 너무 비싸서 결국 게임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실제 게임 순위(게임트릭스)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나온 성인용 MMORPG 세븐소울즈나 에이지오브코난 등에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용자들의 지나친 경쟁의식도 성인용 MMORPG의 문제점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PvP 때문에 초보 이용자는 게임을 즐기기도 전에 질려버리거나 캐릭터 레벨을 올리기 위해 온종일 게임에 빠져있는 등 '과몰입' 문제를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게임업체는 엄격한 이용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측은 "리니지의 성인 서버는 평일 게임 시간을 하루 최대 5시간으로 제한하고 초보 이용자를 보호하기 '저레벨 보호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게임의 성인 서버는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고강도 조치에도 동시접속자가 4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용 MMORPG를 개발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요소만으로 이용자를 잡아두는 시기는 지났다"며 "성인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 게임 흥미도를 떨어트리지 않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