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서울 마포구 용강동 시범아파트와 종로구 옥인동 시민아파트는 2008년2월 철거대상으로 지정됐다.서울시가 ‘한강 르네상스’와 ‘내사산·팔악산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아파트 부지에 녹지와 수변공원을 조성키로 했기 때문이었다.아파트에서 내몰리게 된 세입자들에게는 시 국민주택특별공급규칙에 따라 임대주택 입주권을 주거나 이를 원치 않으면 주거이전비를 주기로 했다.입주권을 선택한 39명은 나중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2007년 4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공익사업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철거 예정지에 3개월 이상 거주한 자는 임대주택과 별도로 무조건 주거이전비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된 것.주민들은 서울시와 산하 SH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지난해 주거이전비를 추가로 받았다.이에 서울시는 “주거이전비를 수령한 만큼 공급규칙에 따라 입주권은 취소해야 한다”며 입주권 환수를 추진했다.이미 임대주택에 입주했거나 임대주택을 구하고 있던 주민들은 거리에 나앉게 되자 또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12부(부장판사 장상균)는 지난 8일 “SH공사의 임대주택 입주권 환수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재판부는 “서울시 특별공급규칙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지침에 불과하다”며 “이미 체결한 임대주택 입주계약을 해지하고 입주권을 취소하거나 환수하는 법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또 “주택법이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어디에도 이미 부여한 임대주택 입주권을 취소할 근거가 되는 조항이 없다”고 덧붙였다.철거민측은 대리한 법무법인 로텍의 권정순 변호사는 “서울시가 잘못된 형식 논리에 갇혀 세입자들을 고통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는 규정대로 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용강동 시범아파트와 옥인동 시민아파트는 입주권을 받은 일부 주민이 아직 임대주택을 구하지 못해 철거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