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반도체 전문업체 중 한 곳인 하이닉스 주가가 '파란눈'을 가진 외국인 애널리스트(애널)의 주먹 한 방에 넉다운 됐다.

외국계 증권사인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와 도이치증권이 16일 잇따라 '매도' 사인을 내놓자 투자자들이 앞다퉈 매도물량을 쏟아냈고, 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7% 가까이 폭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 애널들은 대부분 하이닉스의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이들은 D램 가격이 당분간 폭락할 가능성은 적고, 3분기까지 반도체 수요가 타이트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반도체 수요의 핵심인 PC 수요가 계속 상향될 수도 있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D램 가격의 폭락은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하면 주가는 오히려 재상승해야 할 것이라고까지 전망했다

여의도 애널들이 요새 하이닉스에 대한 '매수' 의지를 더 강하게 내비치는 이유는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미국의 인텔이 '깜짝실적'을 올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닉스는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인텔의 실적개선에 '화답'하며 기관이 대거 사들이는 등 4%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었다.

삼성증권도 이번주 첫 거래일에 분석보고서를 통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경쟁력 우위로 관련업체들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며 "상반기 D랩 업황이 탄탄한 흐름을 보이고, 하반기에는 낸드플래시 공급도 부족해질 것"이라며 하이닉스를 '투자 유망주'로 꼽았다.

반면 '파란눈'의 애널들은 이달 초부터 하이닉스에 대한 경계의 눈빛을 보내며 보유비중을 줄여나갈 것을 주문해왔다.

UBS는 지난 14일 3분기에 영업실적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놨고, 목표주가도 기존보다 3500원 내린 2만6500원으로 제시했다.

이보다 앞선 13일 JP모간증권도 "3분기 이후 D램 가격이 떨어지고 수익성도 나빠질 것"이라며 '중립' 의견을 내놨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도이치증권과 RBS가 결국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매도'를 외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펀드매니저 등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서 국내 애널들을 비꼬는 'BUY→Strong BUY→Good Bye~'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등장했다.

분기 사상 최대치로 예상되는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하이닉스. 앞으로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업황 우려를 이겨낼 수 있을 지 여부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