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팽팽한 줄다리기다.

16일 코스피 지수는 1740~1750선 사이에서 등락을 지속하고 있다. 사려는 쪽은 외국인이고 팔려는 쪽은 기관이다. 기관의 주요 매도주체는 투신권이다. 투신권은 국내 주식형펀드를 환매하려는 개인 간접투자자들에게 밀려 매도주체가 됐다.

외국인은 7거래일째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2조4000억원이 넘는 외국인들의 돈이 우리 증시에 유입되고 있다. 같은 기간 파는 쪽은 줄곧 개인이었다.

개인은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5거래일동안 2조2241억원을 팔아치웠다. 여기에 바통을 이어받은 기관들도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중 투신권은 5거래일째 8000억원 이상을 순매도중이다.

이처럼 코스피지수 1700대에서 주식형펀드의 환매압력은 지속되고 있다. 이미 네차례나 1700선을 찍었지만 이상하게도 매물은 해소되지 않는 양상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3470억원이 순유출됐다. 코스피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한 당일에 환매물량이 쏟아진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초 펀드의 환매물량이 어느 정도 소진된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코스피 지수가 1800대로 올라서는 것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펀드환매는 꾸준히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펀드의 환매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개인투자자들은 정말 투자의 대가 워렌버핏의 말처럼 시장이 탐욕을 가질 때 두려움을 느끼고 발을 빼고 있는 것일까?

박현철 메리츠종금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도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은 환매 욕구가 강화되면서 추가적인 자금유출이 예상된다"며 "다만 유출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연초이후 국내 주식형펀드는 6조7693억원에 달하는 펀드자금이 유출됐다. 지난해에 7조7282억원이 순유출된 것을 포함하면 약 14조4975억원이 순유출돼 왠만큼의 매물은 소화됐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개인들의 자금은 다른 경로로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다시말해 이탈되는 주식형펀드 자금은 손바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안정균 SK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 1700대 구간에서 유입된 자금은 6조800억원이지만, 유출된 자금은 7조4000억원으로 매물소화가 완료됐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에 따라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 저하가 예상되면서 채권형펀드의자금까지 유출되고 있다는 것. 또 7월 들어 단기자금 대기처인 머니마켓펀드(MMF)나 안전자산인 정기예금으로자금 유입이 둔화되고 있어 또다른 곳으로 돈이 흘러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는 "최근 이탈되고 있는 주식형펀드 자금은 랩(Wrap) 이나 직접투자 등 다른 형태로 주식시장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통 펀드에서 환매가 일어나면 단기형 상품으로 옮겨가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패턴을 벗어났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개인들의 투자처로 꼽히는 랩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랩 잔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투자일임자산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7년 9월 10조원에 불과했던 자산은 지난 5월 25조원을 돌파했다. 최근에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박스권이 지루하게 이어온 끝에 상향돌파하면서 고수익을 원하는 개인들의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며 "이는 불완전판매나 개인들의 대규모 손실 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