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한미반도체 등 好실적 발표 뒤 '조정' 양상

'실적이 주가에 선(先) 반영되어 있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자주 쓰는 이런 표현이 실제 상장사 주가에도 나타나는 모양새다. 실적발표 이전에 기대감으로 올랐다가 막상 실적이 나온 이후에는 떨어지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서다.

14일 오후 1시 5분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전날보다 140원(1.42%) 내린 97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4일 실적발표 이후 내리 사흘 연속 하락세다. 아시아나항공은 실적발표 전날인 13일 1만3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2분기 실적이 크게 좋을 것으로 이미 추정됐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2분기 1295억원의 적자를 냈던 아시아나항공은 올 2분기에 177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큰 폭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도 전년동기 대비 46% 늘어난 1조2388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휴가철 성수기인 3분기 실적을 더 좋을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쏟아냈지만 단기간 급등한 주가는 '재료노출' 이후 오히려 조정 양상이다.

지난 2분기 눈부신 실적 개선을 이룬 한미반도체도 실적이 공개되자 주가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5일 2분기 영업이익이 114억원으로 작년 연간 영업이익(80억원)보다도 많았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241억원에 달해 지난해 순이익(70억원)의 세 배가 넘었다.

하지만 이 회사 주가는 실적발표 다음날인 6일 931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최근까지 13%나 떨어졌다. 이날도 현재 0.49% 하락한 8060원을 기록중이다. 2분기 실적 호조가 어느정도 예견된 게 실적 발표 이후 주가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13일 실적을 발표한 뒤 15일까지 사흘 연속 약세를 보인 포스코와 14일 실적 발표 뒤 다음날인 15일 부진했던 신세계도 호실적이 빛이 바랜 경우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리서치기획팀장은 "기업들의 어닝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하반기 경기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며 "시장에서는 경기 민감업종의 하반기 실적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이사는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을 선점한 뒤 실적발표 이전에 미리 파는 전략도 괜찮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