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메이저대회인 제139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에서 첫날 상위권이었던 양용은(38)의 상승세가 둘째날엔 주춤거렸다. 더블 보기에 발목을 잡힌 탓이다.

대회 2라운드가 열린 16일 오후(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GC 올드코스(파72)는 간간이 비가 내리고 경기가 일시 중단될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제주 출신으로 악천후에 강한 양용은은 2라운드 전반까지 버디1,보기 2개로 순항했다.

양용은은 그러나 18개홀 가운데 길이가 가장 짧은 11번홀(174야드)에서 발목이 잡혔다. 이 홀은 첫 날 평균타수 3.11타로 '난도(難度) 6위'의 만만치 않은 파3홀이다. 국내 아시아나CC 동코스처럼 그린 경사가 심한 홀이어서 선수들이 퍼트하는 데 곤욕을 치르는 곳이다.

양용은의 티샷이 짧은 것이 화근이었다. 홀까지는 약 15m가 남았고 경사가 심한 턱을 넘어야 한다. 그린을 갓 벗어난 지점에서 첫 퍼트한 볼은 턱을 넘지 못하고 다시 굴러 제자리로 돌아왔다. 두 번째 친 볼도 그랬다. 퍼터로 세 번째 친 볼이 턱을 넘어 홀앞 1.5m지점에 멈췄다. 양용은은 쉽지 않은 퍼트를 성공한 뒤에야 그 홀에서 5타 만에 홀아웃할 수 있었다. 양용은은 대회 코스의 그린이 미국 골프장에 비해 느리다고 보고,이번 대회에서 헤드가 무거운 투볼 퍼터를 들고 나갔다.

첫날 보기없이 버디만 5개 잡고 공동 8위로 선전했던 양용은은 이날 버디2,보기2,더블보기1개로 2타를 잃은 끝에 2라운드합계 3언더파 141타(67 · 74)를 기록 중이다. 현재 30위권.커트는 무난히 통과했으나,선두로 나선 루이스 오스투이젠(남아공)과는 9타차로 벌어졌다. ▶16일 밤 12시 현재

양용은은 경기 후 "오늘 날씨가 궂었으나 날씨 탓을 하기보다는 내가 잘못해서 타수를 잃었다"며 "어려운 코스에서 선두와 9타 간격을 뒤엎는 것이 쉽지 않으나 3,4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주(40)는 첫날 4오버파를 친 데 이어 둘째날에도 17번홀까지 버디3,보기5개로 2타를 더 쳤다. 중간합계 6오버파로 예상 커트라인(이븐파 또는 1오버파) 아래 쪽에 머물러 있다. 최근 퍼터와 퍼팅자세를 바꾼 것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데다,첫날 상대적으로 바람이 많았던 오후조에 편성된 결과로 풀이된다.

첫날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했던 세계랭킹 2위 필 미켈슨(39 · 미국)은 둘째날 이글1,버디3,보기4개로 1타를 줄였다. 2라운드합계 이븐파 144타(73 · 71)로 커트통과 여부가 유동적이다. 재미교포 케빈 나(27 · 타이틀리스트)도 미켈슨과 같은 순위다.

'무명' 오스투이젠은 이날 5타를 줄인 끝에 합계 12언더파 132타(65 · 67)를 기록했다. 그는 3번홀까지 마친 첫날 선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3타차로 제치고 리더보드 맨 윗자리로 올라섰다.

매킬로이를 비롯 존 데일리,타이거 우즈(이상 미국)는 2라운드에서 오후조로 티오프했다. 또 1989년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마크 캘커베키아(미국)는 5타를 줄이며 합계 7언더파 137타로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지난달 브리티시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출전권을 따낸 정연진(20)은 첫날 스코어인 4언더파 대열에 머물러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