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앤드루스GC 17번홀(파4 · 495야드)은 역시 어려웠다. 첫날 156명의 평균타수는 4.6타로 18개홀 가운데 가장 안 좋았다.

이 홀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파5로 셋업되던 곳.지금은 파4인데도 길이는 495야드에 달한다. 오른편은 호텔 건물이 삐져나와 있고,왼편은 깊은 러프다. 티샷을 호텔 지붕 위로 똑바로 날려야 한다. 두 번째 샷은 긴 클럽을 잡을 수밖에 없는데 그린 왼편에 항아리 벙커(사진)가 도사리고 있고,그린 너머는 길과 담이다. 어프로치샷이 길면 길과 담이 골퍼의 꿈을 앗아간다고 하여 '로드(road) 홀'이란 별칭이 붙었다.

첫날 이 홀에서 버디는 5개밖에 안 나왔다. 파가 76개,보기가 56개,더블보기가 19개 기록됐다. 타이거 우즈,존 데일리,김경태 등이 이 홀에서 보기를 하며 스코어를 잃었다.

악몽을 경험한 선수는 앤더스 한센(덴마크).그는 이 홀에서 4오버파 8타,'쿼드루플 보기'를 범했다. 두 번째 샷이 그린앞 벙커(로드 벙커)에 들어갔고,그곳에서 탈출하는 데 4타가 소요됐다. 그린 밖에서 2퍼트로 마무리하면서 '스노 맨'(숫자 8이 눈사람처럼 생긴 데서 유래한 말)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악명 높은 로드 홀은 예전에도 희생양을 만들어내곤 했다. 1978년에는 일본의 도미 나카지마가,2005년에는 최경주가 볼이 벙커에 빠져 모두 9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