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업 사상최대 호황] 여름 해외패키지 '매진'…여행업계 "잃어버린 2년 이제 보상"
회사원 정현민씨(29)는 내달 초로 계획했던 유럽 여행을 포기했다. 원하는 일정의 패키지 상품들이 매진됐기 때문이다. 급한 김에 가까운 동남아 일정을 문의했지만 그마저도 예약이 마감됐다는 대답만 들었다. 그는 "할 수 없이 추석연휴에 출발하는 상품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캉스철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관련 산업이 초호황을 맞고 있다. 2008년 하반기 이후의 경기 침체,고환율,고유가,신종플루 탓에 위축됐던 해외여행이 올 여름 급증하고 있다. 여행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07년 수준을 넘어서면서 '잃어버린 2년'을 보상받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국내 여행지에도 바캉스 여행객이 몰려 콘도나 호텔방을 잡기 어렵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도 3월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등 여행업 전체가 활황세를 누리고 있다. 여행사의 7,8월 인기 패키지 상품은 거의 예약돼 더 이상 구하기 어렵다. 벌써 9월 추석연휴 상품으로 예약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투어의 7,8월 출발 상품 예약자는 16일 현재 20만2000여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8% 늘었다. 이달 출발 상품은 12만1000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5% 늘었다. 다음 달 출발 상품 예약자는 8만1000여명으로 75% 증가했다. 사상 최고의 활황세를 보였던 2007년과 비슷한 실적이다.

정기윤 팀장은 "지난 2년여간의 경기 침체 및 신종플루로 인해 위축됐던 여행심리가 완전히 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출구전략을 쓸 정도로 경기가 호전됐고 환율도 안정세를 유지해 하반기에는 해외여행 행렬이 더 길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모두투어의 두 달간 해외여행 예약자도 12만명을 웃돌았다. 이달 출발 예약자는 7만1000여명,다음 달 출발 예약자는 5만명에 육박한다. 남수현 팀장은 "지난해 7,8월 모두투어를 통해 출발한 여행객이 5만5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두 배로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여행산업 사상최대 호황] 여름 해외패키지 '매진'…여행업계 "잃어버린 2년 이제 보상"
인천공항공사는 올여름 성수기의 공항 이용객 수가 하루 평균 10만명을 웃돌아 지난해보다 8%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항 측은 "8월1일과 8일에는 공항 이용객이 하루 11만명을 넘어 올여름 최고치를 기록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여행사 경영실적도 좋아졌다. 하나투어는 올 1분기 4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했다. 지난해 6670만원이던 1분기 영업이익은 89억6000만원으로 급증했다. 2분기 실적도 사상 최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늘어난 480억원을 기록했다. 모두투어도 2분기에 사상 최고 수익을 올렸다. 2분기 매출은 264억원으로 전년 대비 87.8% 늘었다.

국내 여행도 해외시장 못지않은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바캉스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제주도는 특급호텔 방을 잡을 수 없을 정도다. 이성호 롯데관광 부장은 "제주도에 개별여행객이 특히 많이 늘어 '7말8초'엔 렌터카가 모두 예약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또 "제주도의 호텔 객실이 다 차면 섬과 내륙지역으로 예약이 들어간다"며 "올해 국내 여행은 작년보다 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기차여행 상품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황윤하 홍익여행사 대표는 "요즘은 자가용을 타고가는 여행객이 많지만 기차여행객도 30%가량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