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재정수입 확충을 위해 석유 수출세를 45% 올릴 계획이다. 반면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 분야에는 잇따른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가 원자재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IT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본격적인 산업 구조개편을 도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은 그동안 면세 혜택이 주어졌던 동시베리아산 원유에 대해 이달 말부터 수출세를 45% 인상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내년에 추가로 필요한 60억달러의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2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수준으로 폭락하자 동시베리아 유전 개발 기업들에 대한 수출세를 면제해 왔다.

지난해 러시아 정부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9%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재정적자는 8%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목표치인 5%를 훨씬 웃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세금 인상을 통해 재정수입을 확충하겠다는 입장이다. 쿠드린 재무장관은 이번 석유수출세 부과에 따른 세수는 약 4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 BP의 자회사인 TNK BP의 조너선 무어는 "향후 10년 동안 유전개발에 3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세금 인상으로 인해 투자와 증산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인 로스네프트의 피터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세금 인상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 투자 결정을 쉽사리 내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감세 카드가 제시됐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10여개 협약을 맺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독일의 지멘스는 러시아판 실리콘밸리인 스콜코보 운영에 참여하기로 했다. 스콜코보는 모스크바 인근의 신도시로 미국 실리콘 밸리를 본뜬 첨단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러시아는 지난달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자본이득세(자산 매각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한 세금)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이처럼 IT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것은 석유에 치중된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영국 BBC는 전했다. 석유수출은 러시아 재정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지난해 러시아의 GDP 증가율은 -7.9%로 최악이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