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 계기, "예산낭비 막아라"
축제 취소, 대형사업 재검토..재정건전성 확보 최우선


경기도 성남시가 채무지급을 유예한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가운데 성남시는 물론 전국 각 자치단체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낭비요인을 줄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예정됐던 불요불급한 축제ㆍ행사를 아예 취소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한편 공무원 연수 등 직원들의 복지 혜택도 줄이고 있다.

사상 첫 모라토리엄 선언을 한 성남시는 판교특별회계에서 전용한 5천200억원을 갚기 위한 방안중 하나로 불필요한 지출을 과감하게 줄일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시는 우선 2억6천여만원의 예산이 편성된 올해 유공공무원 선진지 견학.연수를 취소하기로 했다.

또 8∼12월 사이 6차례에 걸쳐 공무원 1천300여명을 대상으로 3박4일씩 강원도에서 진행하려던 '한마음워크숍' 일정도 1박2일로 줄여 6억원이던 예산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판교애향비 건립(사업비 5천만원)과 모란 5일장 축제( " 6천만원)는 아예 취소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사업비 5천만원 이상 사업 가운데 발주하지 않았거나 진행 중인 94건의 사업은 연기하거나 축소해 올해 모두 1천670억원 가량을 절감할 방침이다.

용인시도 전임시장 때 추진했던 영어마을, 경전철 민간투자사업 등 대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채무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했으며, 세외수입 등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2천650억원의 채무가 있는 고양시는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연꽃축제 비용을 당초 예산의 25%선에서 치르는 등 올해 계획된 각종 축제.행사를 줄여 모두 155억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또 종전에 남는 예산을 다시 편성해 사용하던 것을 올해부터는 재사용하지 않고 재원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강원도내 각 자치단체는 성남시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축제 등의 예산과 공무원 업무추진비를 줄여 마련한 예산으로 일자리 창출 사업 등에 활용하고 있다.

강릉시는 연간 20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공무원 연가보상비를 50%만 책정해 7억8천만원의 예산을 절감하고 경상경비 11억4천여만원과 행사경비 3억4천만원 등을 줄여 마련한 47억7천여만원을 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영월군은 동강축제를 비롯한 행사.축제성 경비를 줄이고, 공무원 인건비와 해외연수비를 줄여 모두 23억원을 확보, 하반기 일자리 창출 사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또 올해 도입한 재정심사제를 통해 공사.용역.물품구매비 가운데 모두 1억6천만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경북도와 경북지역 기초단체도 계약을 발주하기 전에 원가를 심사하는 계약원가 심사제를 통해 올 상반기 모두 189억원의 예산을 절감, 서민경제 살리기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경남도는 각 부서별로 예산 5% 줄이기 캠페인을 통해 일반 운영비와 여비 등 경상경비 28억8천만원과 행사.축제성 경비 4억7천만원을 절약해 일자리 창출 등의 사업에 사용하기로 했다.

울산시교육청도 올해부터 발행하려던 '울산교육신문'(가칭) 발행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도시철도 2호선(1조9천억원) 건설 사업과 시립수목원(294억원) 조성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또한 1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사업은 정밀 타당성을 검토한 뒤 사업에 착수하기로 했으며, 지방비 부담이 있는 도로개설은 가급적 자제하기로 했다.

전북 익산시는 오는 9월과 10월 사이에 따로 열기로 했던 돌(석재)을 주제로 한 '전국 돌 문화축제'와 '익산 국제돌문화 비엔날레'를 통합해 추진하기로 하면서 2억원 가량을 아꼈다.

대전시 동구청은 신청사 건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전역 0시축제'를 취소하고 '대청호 국화향나라전'의 규모를 줄이기로 했으며 구정 소식지 발행도 중단하기로해 14억원 가량의 예산을 절감했다.

경북도 예산부서 관계자는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예산 절감에 대한 각 자치단체들의 인식에 큰 변화가 생겨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각오로 예산 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