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난해 8월 말 인사 추천 및 검증 업무를 통합해 비서관급에서 위상을 한 단계 높인 인사기획관을 신설했다. 공직기강비서관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두 자리가 1년이 다 되도록 모두 비어있다.

일이 이렇게 된데는 그동안 여권 내부의 권력 암투와 관련이 깊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인사에서도 인사기획관은 빠졌다.

최근 비선라인 인사 개입 의혹이 불거진 게 더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인사기획관의 권한이 세진 만큼 각 정파들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사람 심기와 직결되는 문제다. 때문에 특정 계파의 색깔을 띠게 되면 다른 계파에서 반발하기 일쑤다.

지난해부터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무산됐다. 특정 라인에서 강하게 반발했다는 설들이 파다했다. 이번에도 신 차관과 김명식 인사비서관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인사기획관은 여권 내부에서 모든 계파가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인선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른바 이상득계(SD계)나 이재오계,정두언계 등이 모두 찬성해야 뒷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기에 높은 수준의 청렴성과 정무적 감각,인사 행정에 대한 전문성을 두루 갖춰야 한다. 적임자 찾기가 극히 어려운 구조다. 공직기강비서관이 공석인 이유도 비슷하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