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의 부채담보부증권(CDO) 거래 사기의혹을 둘러싸고 석 달 동안 치열하게 전개됐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골드만삭스의 공방이 결국 '돈'을 통한 합의로 끝나게 됐다.

SEC는 미국 금융개혁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된 15일 "골드만삭스가 5억5000만달러(약 6600억원)의 벌금을 물고,앞으로 사업 관행도 관련법 규정에 맞게 바꿀 것을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또 "골드만삭스가 파생상품 거래 과정에서 '실수(mistake)'가 있었고 '불완전한 정보(incomplete information)'를 취급했음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가 내기로 한 5억5000만달러는 월가 금융사의 SEC벌금 중 사상 최대 규모다.

SEC는 골드만삭스가 2007년 모기지 연계 부채담보부증권(CDO) 상품인 '애버커스 2007-AC1'의 마케팅 자료에서 투자자들에게 부당한 내부거래가 있었다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며 지난 4월16일 골드만삭스를 사기 혐의로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SEC는 이번 조치가 월가의 최대 거물인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얻어낸 값진 승리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SEC가 허울뿐인 정치적 명분만을 얻게 됐다며 실리는 골드만삭스가 모두 챙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미 투자분석회사 샌포드번스타인의 브래드 힌츠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5억5000만달러는 골드만삭스의 14일치 이익밖에 안 된다"며 "골드만삭스는 '경제적 승리'를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코넬리우스 헐리 보스턴대 은행 · 금융법센터 소장은 "SEC가 골드만삭스를 제소했을 당시 마치 금융개혁의 기념비적 성과를 이룰 것처럼 떠들썩했던 걸 생각하면 결과가 너무 흐지부지하다"며 "일반 시민들은 골드만삭스에 더욱 엄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