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LH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택지개발지구를 과감하게 취소하거나 사업규모를 축소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이 이처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수요다. 수요가 없는 곳은 과감히 접어야 한다는 얘기다. 예들 들어 미분양 주택과 미분양 택지가 넘쳐나고 있는 경기도 파주 오산,충남 아산 등에서 이미 지구지정이 됐다고 해서 추가 신도시 개발을 계속 밀어붙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사업성'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과거 LH는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민원에 못 이겨 사업성이 없는 곳도 사업지구로 지정해 왔다. 이런 지구의 개발을 백지화하거나 우선 순위를 늦추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사업성은 있지만 공급 과잉이 예상되는 지구도 1~3년 정도 늦추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은 예외다.

서후석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가 개발 중이거나 지구지정한 414곳 모두를 수요와 사업성 등을 토대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을 예정대로 진행하더라도 사업방식을 다양화해 자금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LH는 지금까지 땅을 전부 매입,사업을 추진하는 '전면 수용' 방식을 채택해 왔다.

그러나 보상금 대신 토지를 제공하는 '환지(換地)' 방식을 병행하면 초기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다. 민간 기업이나 재무적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들여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민 · 관 합동개발'도 대안이다.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부동산 금융을 통해 보상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도 됐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 채권 발행을 통해 보상금을 조달하고 있다.

걸림돌은 정치권과 지자체의 반발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국에서 개발이 지연되거나 백지화될 움직임을 보이자 지역 국회의원과 단체장들이 사업을 계속 진행하도록 LH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부동산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은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불가피성에 대해 정치권과 지역주민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