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화랑인 갤러리 현대가 선택한 '미래의 블루칩' 작가는 누굴까. 국내외 인기 작가들의 전시를 주로 열었던 현대가 독특한 구성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20~40대 '이머징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모은 기획전을 열고 있다. 제목은 '윈도우 갤러리 연례보고전-Vol.2'다.

도형태 갤러리 현대 대표(41)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윈도우 갤러리'를 통해 호평을 받았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연례보고전 형식으로 모았는데 의외로 작품 완성도가 높고 개성이 도드라져 놀랐다"며 "앞으로 이들을 미국 유럽 등 국제무대에 선보이면서 스타 작가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내달 8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에는 송현주 이승현 서상익 서동욱 김아영 윤정원 김현정 신선주 장리라 이호인 윤정미 정해윤 양유연 조혜진 박은하 장영환 길양숙 김봄 이경복 홍원석 정연수 장석준 장재록 김성호 전채강 문명기 우주+림희영씨 등이 참여했다.

도형태 대표는 "화가 한 사람이 기업인 동시에 창작 공장이자 주주"라며 "작가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이들을 '미술계의 김연아'로 육성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젊은 작가들의 선택 기준에 대해 국제적인 역량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림도 하나의 국제적인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시대에는 작가의 열정과 참신성도 중요하지만 국제적인 마인드가 뒷받침돼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세계 작가들과 피나는 경쟁을 통해 이겨야 살아남거든요. "

그는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지금도 틈만 나면 해외 유명 아트페어를 찾아다니며 미술 경향과 전시 기법,시장 트렌드를 익혀 젊은 작가들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는 유망 작가들을 영입하기 위해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기획전을 잇달아 여는 등 신진 작가 라인업을 서둘러왔다. 올해 초 강남점 3층에서 대학 졸업을 앞둔 미대 4년생 15명의 작품전을 연데 이어 2월에는 서울 사간동 신관 옆 창고건물을 리모델링해 신예 작가들의 전시공간인 '갤러리 16번지'를 개관했다. 늦어도 내년 초쯤 미술시장이 회복되면 신흥 컬렉터들이 '미래의 블루칩' 작가에 관심을 쏟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작지만 독립적인 공간에서 작가들의 상상력을 좀 더 정제된 형태로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국제성을 연마하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

미술에서는 창조성과 수익성이 비례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미국 홍콩 등 외국인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작가를 '투자 유망 종목'으로 제시했다. 그는 미술시장 회복 시기에 대해 "해외 미술시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바닥을 찍은 것 같다"며 "고소득층의 그림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미술시장은 조만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낙관했다. (02) 519-08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