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 봉황면 봉황농공단지 내 수문과 양배수장 종합 설비업체인 우승산업(대표 오후석) 공장에 들어서면 색다른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는 부설연구소 건물 앞에 위치한 가로 25m,세로 35m의 대형 수조통 속에 넓이와 깊이가 각각 2m짜리 인공하천이 조성돼 있다. 하천 곳곳에는 이 회사의 제품들인 각종 수문과 권양기(수문을 들어올리는 기계) 등이 설치돼 있어 시공현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인공하천은 오후석 사장이 10년 전 일본에서 벤치마킹해 팠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대형 수중모터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120여평 규모에 지하 8m 깊이의 물탱크도 따로 설치했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만도 수십억원.연매출 100억원대의 중소업체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었지만 오 사장이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과 소신으로 밀어붙였다. 그런 이곳이 요즘 회사발전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각종 생산제품들은 이곳에서 끊임없는 점검과 개선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20여건의 각종 특허와 인증도 이러한 투자와 노력의 산물이었다. 남들은 한 개도 갖기 힘들다는 조달우수제품 인증을 이 업체는 세 개씩이나 보유하고 있다. 조달우수제품은 워낙 까다로운 선정과정 때문에 업계에서도 흔히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 정도에 비유되곤 한다. 신제품(NEP),신기술,중소기업 성능인증,특허,실용신안 제품 중 전문가들의 2단계에 걸친 엄정한 평가를 거쳐 선정되기 때문이다.

회사의 제품들엔 이러한 '장인정신'이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 조달우수제품인 반달형회전수문은 하천 수위가 사전에 입력한 만큼 올라가면 자동으로 열려 방류함으로써 하천 수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시켜준다. 이 제품으로 시공할 경우 기존 제품에 비해 보가 높을 필요가 없어 공사비의 20~30%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 기계실 기능이 일체화된 제품으로 부분보수가 가능하고 수문이 반달형으로 제작돼 있어 많은 수압하중을 견딜뿐 아니라 어도 확보와 수질오염 방지 등 경제성과 안정성 친환경 등을 두루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스테인리스 재질을 채택해 고무재질의 제품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반영구적인 데다 유지관리비 시공비를 따지면 훨씬 저렴한 가격을 구현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다단자동전도수문은 수위에 따라 단계별로 수문이 자동 작동하는 것이 장점이다. 정전이나 재해를 입었을 때도 오작동으로 인한 하류침수 위험이 없다. 핸들형 수문권양기는 기존 제품에 비해 크기나 무게가 3분의 1 정도 작고 가볍지만 성능은 훨씬 우수해 50%가량의 전력 감소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들 조달우수제품 3인방은 10여년간 주로 전남지역 내 수십 곳에 설치됐지만 아직까지 단 한 곳에서도 하자가 발생하지 않아 무결점 제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용도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20여종의 다양한 수중모터펌프,수문과 펌프를 일체화해 좁은 유수지에도 설치가 가능한 배수용 수문,배수구의 오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수문의 펌핑효율을 높여주는 일체식로터리 제진기 등이 시장의 호응을 받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은 회사발전의 상승동력이 됐다. 1996년 창립 당시만 해도 존재감이 없었던 회사가 이 같은 기술경쟁력에 힘입어 지금은 수문과 양배수 설비업계에서 전국 2~3위권 업체로 훌쩍 성장했다.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으로 몇년 전부터는 무차입경영을 실현하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특히 외상거래를 하지 않으면서 좋은 품질의 자재를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게 돼 회사의 순이익이 해마다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게 됐다. 또 무차입경영 덕에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 중소기업의 약점인 직원 이직이 전무하는 등 작지만 알찬 회사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나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