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한국 경제가 극복해야 할 난관 중 하나는 물가 불안이다. 경기 회복과 함께 투자와 소비 수요가 늘어나고 국제 원자재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난 몇 년간의 동향을 살펴보면 국제유가와 원 · 달러 환율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오르면 물가상승률도 높아졌고 유가와 환율이 하락하면 물가도 안정을 되찾았다.

예를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대에서 3%대로 높아진 2007년 10월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 100달러를 향해 가던 시기와 일치한다. 당시는 원 · 달러 환율도 900원대 초반에서 바닥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하던 때다. 이때부터 높아지기 시작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7월 5.9%로 최고조에 달했다. 2008년 7월3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145.29달러를 기록하는 등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던 탓이다.

국제유가는 이 무렵을 정점으로 급락하기 시작해 2009년 초 3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 안팎으로 여전히 높았다. 이때는 환율이 문제였다.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인 1500원대 후반까지 상승하면서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원유 소비량이 워낙 많은 데다 이를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한국의 원유 수입액은 507억6000만달러(8억3486만배럴)로 총수입액의 15.7%를 차지했다.

올 들어 물가 상승률은 2%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비싸졌지만 환율이 1100~1200원으로 낮아져 유가 상승분을 상쇄하고 있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국제유가는 5월 한때 배럴당 60달러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조금씩 오르는 추세이고 환율 역시 4월26일 연중 저점(1102원60전)을 찍은 이후 상승세다. 국제유가와 환율 모두 정부가 직접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라는 점에서 하반기 물가 불안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