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가구의 80%가 가입해 있는 케이블TV를 보편적 접근망으로 인정해야 한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 "TV안테나로 지상파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

SBS의 월드컵 단독 중계로 논란이 됐던 '보편적 시청권'이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업계 간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파 장애 등으로 인한 지상파방송의 난시청이 심각한 만큼 전국 가구의 80%가 가입해 있는 케이블TV를 보편적 접근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반대하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방송법 시행령 60조3에 따르면 올림픽,월드컵 등 국민적 관심이 큰 행사는 전국 시청가구의 일정 비율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이 이 법의 방송수단에 해당된다면 지상파방송에 저작권료를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케이블TV업계의 생각이다. 반면 KBS MBC SBS 등 지상파3사는 디지털방송 저작권료를 지급하라며 작년 말 케이블TV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지난 15일 '디지털 전환시대의 보편적 시청권,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대두됐다. 이날 일반 가정에서 지상파방송을 직접 수신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케이블TV를 보편적 방송 접근망으로 인정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직접 수신율이 현저하게 낮다는 실태조사 결과를 내놨다.

최 교수에 따르면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가 25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지상파 디지털방송 직접수신율은 아파트 46.1%,연립주택 8.2%,단독주택 12.6%였다.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서는 지상파방송을 제대로 시청할 수 있는 가구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서도 전파가 건물 등에 막히는 등 지상파방송의 난시청 지역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지상파방송사들은 보편적 시청권과 콘텐츠 저작권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지상파 방송의 송수신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2012년 말까지 지상파들이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어서 직접 수신율도 개선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혁 SBS 정책팀 차장은 "지상파 직접 수신율이 낮은 것은 일반 가정 등에 TV안테나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전국 방송이 되는 위성방송과 IPTV를 포함하면 지상파방송 커버리지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