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휴가 때는 물론 평소에도 자주 골프를 쳤다. 여론이 좋지 않았으나 주치의의 생각은 단호했다. "골프라도 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스트레스로 우리에 갇힌 사자처럼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미치광이를 돌봐야 할지도 모른다. " 정적(政敵) 트루먼조차 대통령도 휴식을 취할 권리가 있다며 거들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만만치 않다. 1996년 재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골프 절대 금지'라는 결과가 나왔으나 양보하지 않았다. 8년 재임 중 무려 400여 라운드를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재선 때 선거운동 책임자였던 딕 모리스가 회고록에서 "그 빌어먹을 놈의 골프"라고 했을까. 아이젠하워와 마찬가지로 과중한 업무 부담을 골프로 풀었던 모양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에서 한 달씩 여름휴가를 즐긴 것으로 유명했다. 휴가 중 안보관련 보고를 받는 등 업무를 챙겼다지만 주로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낚시 골프를 했다. 자주 언론의 풍자 대상이 되면서도 '대통령도 사생활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로널드 레이건은 잦은 휴가로 야당의 공격을 받았다. 8년 재임 동안 고향인 캘리포니아 주 샌타바버라 목장에서 총 335일이나 머물렀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엔 '오후 4시 칼퇴근'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적도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6일부터 2박3일간 메인주의 마운트 데저트 아일랜드에서 휴가를 보낸 것에 대해 말들이 많다. 뉴욕타임스 ABC 등 일부 언론도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대통령과 미셸 여사가 최근 멕시코만을 방문해 미국인들에게 기름유출로 신음하는 멕시코만 관광지에서 휴가를 보내라고 호소하고도 정작 자신들은 메인주로 가족여행을 떠난 것은 위선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거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요한 일이 많은 사람일수록 휴식은 더 필요한 법이다.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짜증만 남아 판단을 그르칠 수 있어서다. 과하다 할 정도도 휴가와 취미에 집착한 외국 정상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우리나라에선 3,4일 휴가가 고작이고,그나마 생략하기도 한다. 한 달은 고사하고 내리 1주일만 쉬어도 온갖 비난이 쏟아질 게다. 그렇지만 죽어라 일에만 매달린다고 유능한 대통령이 되는 건 아니다. 쉴 땐 쉬어야 균형잡힌 사고로 갈등을 조정하고 국정 운영도 잘 해낼 게 아닌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