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지하씨(69)의 새 시집 《흰그늘의 산알 소식과 산알의 흰그늘 노래》(천년의시작 펴냄)는 치유과 소통,생명과 우주를 폭넓게 아우른다. 김씨는 "신종플루와 구제역,아이티 대지진 참사 등 컴컴한 질병과 죽음의 시대에 예술의 진정한 의의 중 하나는 '치유력'"이라며 "살길을 찾아보자는 생각에서 마음 먹고 썼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인사동 물파공간갤러리에서 출간기념회를 열고 시집의 테마인 '산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생명의 알맹이''씨앗에 들어있는 지혜의 빛' 등을 가리키는 '산알'은 1960년대 북한에서 처형된 생물학자 김봉한의 이론에서 가져온 개념.김봉한은 인체의 혈관이나 림프관과 다른 가는 관속에서 산알이 세포 재생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시인은 산알이 맑은 눈을 가진 어린 아이와 여성,쓸쓸한 사람들이 가진 그 무엇일 수도 있으며,자연의 이치나 제도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시속에 녹여냈다.

'제 속에/ 천하우주를 다 가진/ 한// 마알간 눈을 봅시다…(중략) 저 애가/ 내일입니다// 저 애가/ 미학입니다// 저 애가 커다란 바다의 고요/ 고요한 삼천대천세계의/ 수많은 부처들의// 맨 밑에 있는 그 한 마음.'('현람(玄覽)' 부분)

이번 시집은 제도와 열기,주체,공부,철학,문화 등 산알 및 우주생명학과 관련된 121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121편의 시와 각시를 설명하는 짧은 산문들로 이뤄졌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