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8월29일 한일병합 100년을 맞아 한국민을 상대로 깊은 사과의 뜻을 담은 총리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담화에는 1995년 8월15일 종전 50주년을 맞아 사회당 출신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했던 수준을 뛰어 넘는 사과 표현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일본과 한국 외교관계자들에 따르면 간 총리는 한일병합 100년을 계기로 과거사 문제를 일단락 짓고,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를 건설하자는 취지에서 사과 담화를 준비하고 있다.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한일병합 100년을 맞아 "총리 담화 발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뭔가 견해를 밝힌다면 어떤 내용이 될지 내 머릿속에는 들어 있다"고 말했다.

오카다 가쓰야 외상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한일병합) 100년을 맞아 정부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2차 세계대전 종전 50년을 맞아 무라야마 당시 총리가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사죄한 바 있으며,고이즈미 총리도 종전 60년을 맞아 담화를 발표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외교 관계자는 "관방장관이 총리 담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일본 정부가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과거사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센고쿠 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전후(戰後) 처리 문제와 관련, "하나씩 또는 전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일본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해 그간 일본 정부의 대응이 불충분했다는 인식을 보였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