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요즘 하루하루가 축제 분위기다. 대한민국 첫 독자 기상위성 '천리안' 덕분이다. 나로호의 발사 실패 직후 큰 부담을 안고 하늘길에 올랐던 천리안은 지난 6일 정지궤도에 안착한 데 이어 지난주부터 기상 영상을 보내 오고 있다. 모든 단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면 한반도 주변 기상 상황을 8~15분 간격으로 조밀하게 관측한 우리나라 날씨 정보를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천리안의 성공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의미가 하나 더 숨어있다.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기상자료를 받기만 하는 '기상정보 수혜국'에서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는 '기상정보 원조국'으로 위상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한국의 기상 예보는 40년 넘게 선진국의 관측 자료에 의존해 왔다. 지금도 미국,일본을 비롯해 12개 해외 위성에서 보내온 자료를 모아 우리나라 날씨를 예측한다. 하지만 원자료가 아니라 해당 국에서 한번 가공한 뒤 넘겨주는 데이터여서 정확도와 접근성에 한계가 있었다.

기상청은 천리안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우리 자체 자료를 주로 활용하고 외국 위성 자료를 참고 자료로 병행해 쓸 계획이다. 이때부터 아시아 · 태평양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도 천리안 자료를 받아볼 수 있게 된다. 특히 정보 수집력이 '제로'에 가까운 저개발 국가들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재 몽골과 러시아 사할린 기상대를 비롯해 동남아 30여개국은 우리나라 기상청 홈페이지(kma.go.kr)에 직접 접속해 일기도와 각종 관측치를 내려받아 가고 있다.

기상정보를 제공한다고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세계기상기구 협약에 따라 기상위성 자료는 무상 공유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자료 수신에 필요한 설비와 소프트웨어만 자비로 설치하면 어느 나라든 별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정보를 내려받을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들은 "우리가 경제성장기에 미국과 일본 등의 도움으로 예보 역량을 발전시켜온 만큼 이젠 다른 나라에 기꺼이 환원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감개무량하다는 반응이다. '천리안'에는 우리의 기상정보 독립과 외국 무상지원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기상청이 축제분위기에 빠질 만하다.

임현우 사회부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