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월요전망대'] 김중수 총재의 마이웨이…윤증현 장관의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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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난 뒤 김중수 한은 총재를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비교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마틴 의장은 1951년부터 1970년까지 FRB를 지휘,역대 최장수 FRB 의장으로 기록된 인물이다.
마틴 의장은 원래 재무부 관료였는데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FRB를 손아귀에 넣으려고 발탁했다. FRB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의 전비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폈다. 그 여파로 1947년 물가상승률이 14%에 이르는 등 물가가 치솟자 FRB는 긴축정책을 강구하게 됐다. 이를 위해선 정부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했다. FRB가 '독립투쟁'을 전개하자 트루먼 대통령은 위협을 느꼈다. 결국 토머스 맥케이브 당시 FRB의장을 해임하고 자신의 사람이었던 마틴 재무부 차관을 신임 의장에 임명했다.
마틴 의장은 FRB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더 지독한 중앙은행 사람'이 됐다. 그는 "중앙은행 역할은 파티가 무르익을 때 '펀치 볼(punch bowl · 알코올이 섞인 음료수를 담은 그릇)'을 치우는 일"이라며 인플레이션 억제에 앞장섰다. 트루먼 대통령은 1953년 임기를 마치고 난 뒤 한 파티장에서 우연히 마틴 의장을 만나자 '배신자'라는 한마디를 내뱉고 돌아섰다고 한다. 마틴 의장은 그러나 물가를 잡으면서 1960년대 미국경제 호황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총재가 지난 3월 한은 수장에 내정될 때 연 2%의 초저금리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김 총재가 정부와의 정책공조를 강조했으며 성장과 고용 등을 중시하는 발언을 주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 총재 취임 후 석 달여 만에 정부가 생각하는 시점보다 빨리 저금리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김 총재는 특히 "한은에 주어진 목적(물가안정)에 맞게 조직을 운용하겠다"고 밝혀 앞으로도 정부와 다른 길을 걷겠다는 뜻을 암시했다.
이제 관심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로 옮겨지고 있다. 윤 장관은 올초부터 재정부 차관을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시켜 정부의 입장을 설명케 하는 등 출구전략에 대한 신중론을 견지해 왔다. 윤 장관은 한은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자 다소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앞으로는 출구전략의 속도와 폭이 중요하다"는 말로 지나치게 빠른 기준금리 인상은 곤란하다는 생각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주엔 경기 회복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지표가 국내에선 거의 공표되지 않는다. 때문에 해외에서 발표되는 지표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미국이 19일엔 주택관련 지표,22일엔 6월 경기선행지수와 6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각각 내놓는다. 유럽에선 19일엔 5월 경상수지,21일엔 7월 구매자관리지수,23일엔 영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나온다.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지역의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이 지적이 맞는지를 이번 주 발표되는 지표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겠다.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
마틴 의장은 원래 재무부 관료였는데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FRB를 손아귀에 넣으려고 발탁했다. FRB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의 전비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폈다. 그 여파로 1947년 물가상승률이 14%에 이르는 등 물가가 치솟자 FRB는 긴축정책을 강구하게 됐다. 이를 위해선 정부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했다. FRB가 '독립투쟁'을 전개하자 트루먼 대통령은 위협을 느꼈다. 결국 토머스 맥케이브 당시 FRB의장을 해임하고 자신의 사람이었던 마틴 재무부 차관을 신임 의장에 임명했다.
마틴 의장은 FRB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더 지독한 중앙은행 사람'이 됐다. 그는 "중앙은행 역할은 파티가 무르익을 때 '펀치 볼(punch bowl · 알코올이 섞인 음료수를 담은 그릇)'을 치우는 일"이라며 인플레이션 억제에 앞장섰다. 트루먼 대통령은 1953년 임기를 마치고 난 뒤 한 파티장에서 우연히 마틴 의장을 만나자 '배신자'라는 한마디를 내뱉고 돌아섰다고 한다. 마틴 의장은 그러나 물가를 잡으면서 1960년대 미국경제 호황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총재가 지난 3월 한은 수장에 내정될 때 연 2%의 초저금리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김 총재가 정부와의 정책공조를 강조했으며 성장과 고용 등을 중시하는 발언을 주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 총재 취임 후 석 달여 만에 정부가 생각하는 시점보다 빨리 저금리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김 총재는 특히 "한은에 주어진 목적(물가안정)에 맞게 조직을 운용하겠다"고 밝혀 앞으로도 정부와 다른 길을 걷겠다는 뜻을 암시했다.
이제 관심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로 옮겨지고 있다. 윤 장관은 올초부터 재정부 차관을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시켜 정부의 입장을 설명케 하는 등 출구전략에 대한 신중론을 견지해 왔다. 윤 장관은 한은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자 다소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앞으로는 출구전략의 속도와 폭이 중요하다"는 말로 지나치게 빠른 기준금리 인상은 곤란하다는 생각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주엔 경기 회복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지표가 국내에선 거의 공표되지 않는다. 때문에 해외에서 발표되는 지표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미국이 19일엔 주택관련 지표,22일엔 6월 경기선행지수와 6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각각 내놓는다. 유럽에선 19일엔 5월 경상수지,21일엔 7월 구매자관리지수,23일엔 영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나온다.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지역의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이 지적이 맞는지를 이번 주 발표되는 지표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겠다.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