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LH 본연의 임무다. 민간에서 공급하지 않는 임대아파트를 공공에서 공급해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게 필수적인 까닭이다.

그러나 역대 정부가 임대아파트를 한꺼번에 많이 공급하려고 과욕을 부리면서 LH가 부채의 수렁에 빠졌다.

◆과도한 임대주택 공급 목표

LH가 지고 있는 금융부채 75조원(총 부채 118조원) 가운데 27조원이 임대아파트 때문에 생긴 빚이다. 임대아파트와 공공 · 민간분양아파트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서 공급하던 2003년 이전까지만 해도 임대아파트가 LH 재무구조에 큰 부담을 주지 않았다. 임대아파트로 생긴 적자를 공공아파트 분양 또는 민간아파트건설용 택지 매각을 통해 보전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집값 급등이 사회문제가 되자 역대 정부는 LH의 자금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임대아파트 공급 목표를 확 늘려잡았다.

김대중 정부가 국민임대주택 20만채 건설을 추진한 데 이어 노무현 정부가 이보다 5배 많은 100만채의 국민임대주택 건설을 지시했다.

그 결과 택지지구에서 투자자금 회수 기간이 짧은 공공분양 · 공공임대(5년) 아파트 물량이 줄어드는 대신 자금 회수에 긴 시간이 걸리는 10년 · 30년 국민임대주택 물량이 크게 늘어났다. LH에 따르면 2000년 16% 수준이던 장기임대주택 비중은 작년 53%로 뛰었다.

예정된 임대아파트 건립이 모두 진행되면 LH의 빚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현 시스템으로는 적자구조 탈피 불가능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공급을 줄이지 않는 대신 사업방식을 바꾸기만 해도 LH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선진국에선 임대아파트용 부지를 지주로부터 빌리는 경우가 많다. 건축비는 정부 재정에서 지원받는다. 임대료의 일부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쿠폰(주택바우처) 발행을 통해 보조한다. 임대아파트 공급주체의 자금 부담이 크지 않다.

그러나 LH는 임대아파트 공급이 확대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단 토지는 전부 지주들로부터 사들인다. 건축비 지원도 실비에 미치지 못한다. 정부가 잡은 국민임대주택(18평) 건설비는 채당 8800만원이다.

실제로는 채당 1억3000여만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정부 재정지원은 고작 1800만원,입주자 보증금은 2000만원이다. 나머지 9300만원은 LH가 부담한다. 임대료는 유지관리비에도 못 미친다. 때문에 작년에 48만1000채의 임대주택에서 5800여억원의 운영적자가 발생했다. 채당 122만원의 운영적자가 발생한 꼴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국민임대주택 한 채를 늘릴 때마다 LH 총부채는 1억1000만원씩 증가한다. 금융부채는 9000만원 늘어난다.

◆정부보조 늘려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따라서 LH의 임대아파트 건립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기존 임대주택 부채에 대해 정부의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임대주택 융자금(18조70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임대주택 관리손실분(연간 5000억원 이상)을 보전해주라는 것이다.

앞으로 짓는 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재정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19.4%인 재정지원 비율을 더 높이라는 조언이다. 임대주택 건설을 위해 빌리는 국민주택기금의 이자율도 낮추고,거치기간도 10년에서 더 늘리라는 주문이다.

이와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을 개정해 LH가 직접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 등을 통해 기존 임대주택을 유동화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때도 됐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