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란 마치 맛을 내는 소금과 같다. 소금이 모자라면 생각 없이 사는 싱거운 사람이 된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생각에 치어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매사에 생각이 많다는 것은 소금이 많아서 오히려 제 맛을 못 내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주객이 전도돼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삶이 된다. 생각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지, 생각하려고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금의 많고 적음을 아는 지혜가 있다면 자신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고질적인 질병으로 시달리던 어떤 분도 그랬다. 기관지염을 비롯해 잦은 기침과 만성 편두통을 호소했다. 다들 쉽게 고칠 수 없는 병이라 해 항생제를 달고 살았다. 약의 복용이 잦으니 오히려 몸이 편할 날이 없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좋다는 큰 병원은 다 다녀 봐도 별 차도가 없었다. 게다가 등산을 해서 폐활량을 높이려 하면 땀이 나 오히려 감기가 자주 걸리는 악순환도 반복됐다.

그러던 어느 날 가벼운 마음으로 찾은 작은 병원에서 그는 의외의 치료를 받았다. 만성 질병의 원인은 희귀병이나 특수한 원인이 아니었다. 의사의 진단인 단지 고혈압이었다.
혈압을 내리는 약을 먹자 두통이 사라졌다. 이후 차근히 병의 원인을 따져나가자 기관지염도 많이 호전됐다. 기초에 충실한 치료가 그를 살렸다.

그동안 다녔던 대형병원의 의사들은 사회 저명인사인 그가 의료계에 지인이 많다는 사전정보를 갖고 있었다. 담당 의료진은 기본보다는 밝혀지지 않은 심각한 요인을 찾고자 첨단 장비를 동원했다. 결국 생각이 많아 먼 길을 돌아간 것이다.

사람은 영적인 존재라 생각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래서 일찍이 철학자들도 이에 대한 명언을 많이 남겼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으며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이처럼 생각을 중요시하는 것은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 생각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미술품을 감정할 때 너무 많은 작품을 봐온 감정사들은 때로는 혁신적인 작품을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원고가 출판사마다 퇴짜를 맞아 몇 년 넘게 인고의 세월을 거쳐 겨우 독자들의 손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는 많이 있다. 몇 년 전 백남준의 유작에 대해 미술품 경매 전문가는 500만 달러 이상으로 구입하면 바가지라고 했지만, 현 시세는 그 몇 배를 넘어가고 있다. 한 생각이면 충분하게 보이는 것을, 생각에 생각을 더하여 전문가가 오히려 눈을 가린 경우라 할 수 있다.

많은 생각 다양한 생각이 모이면 최고의 결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던가. 생각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애널리스트들도 정보의 늪에 빠져 잘못된 분석 자료를 내 놓을 때가 있다. 생각이 많으면 생각의 덫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꼭 해 주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일본 에도는 벌판이기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붑니다. 그래서 바람이 많이 불면 먼지가 많이 일어나고, 먼지가 많아지면 눈병 환자가 많아집니다. 눈병 환자가 많아지면 맹인이 많아집니다. 맹인은 일본 전통 악기인 사미센을 키는데, 그 사미센은 고양이 가죽으로 제작합니다. 그래서 고양이가 많이 희생당합니다. 고양이가 많이 죽으면 쥐가 많이 성해지고, 쥐가 많아지면 집안가구가 많이 상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가구장사를 시작했는데 실패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생각이 너무 많음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너무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다보면 일으킬 수 있는 오류가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바람이 많이 불면 바람이 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생각이 앞서가다 보면 본말(本末)이 전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요한 가운데 차분함으로 스스로 한 생각과 만나는 것, 그렇게 적절한 소금을 삶에 배어나게 하는 것이 인생의 참맛은 아닐까.(hooam.com/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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