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현장속으로] (주)나노‥ 제자 일자리 위해 창업…공기정화제 '챔피언' 일궈
외환위기 때 취업하지 못한 제자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창업한 대학교수가 회사를 '히든 챔피언'으로 일궈냈다. 경남 진주와 경북 상주에 공장을 둔 ㈜나노의 대표는 케임브리지대 박사 출신인 경상대 나노신소재공학부의 신동우 교수(50)다. 신 교수의 애틋한 제자 사랑이 나노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 회사는 국내 발전소에서 쓰는 탈질촉매제품을 생산 납품한다. 탈질촉매(SCR:Selective Catalyst Reduction,선택적 촉매 환원)제품은 화력발전소를 가동할 때 화석원료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을 잡아내는 역할을 한다. 신 대표는 "SCR은 세라믹으로 만들지만 기술이 까다로워 국내외 수많은 업체들이 중도에 포기한 분야"라며 "세계적으로 3~4개 업체만이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하니컴형 세라믹 탈질촉매 제조에 관한 3가지 핵심기술(촉매원료,성형공정, 장비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 2003년 이를 개발한 나노는 독일 EnBW라는 굴지의 발전소에 먼저 수출한 뒤 국내 발전소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수입대체를 이룬 이 제품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약 90%에 이른다. 신 대표는 "국산화를 통해 수입품 가격을 3분의 1로 떨어뜨려 국내 발전소의 원가절감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프랑스 전력공사인 eDF와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현대중공업 등에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신 대표는 한양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한 뒤 KAIST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박사학위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취득했다. 일본 쓰쿠바에 있는 국립무기재질연구소에서 포스트닥(박사후)과정을 거친 뒤 1995년 진주에 있는 국립 경상대 교수로 부임했다.

신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시기는 외환위기 때다.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서 제자들이 취업하지 못해 애태우는 모습을 보고 창업에 뛰어든 것.졸업생 1명과 재학생 3명 등 모두 4명의 제자를 데리고 1999년 창업했다. 이때부터 가시밭길은 시작됐다. 그는 "경영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가 돈 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사업을 시작한 뒤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월급과 강연료를 몽땅 쏟아붓기도 했다.

초기에는 그의 학력과 경력을 보고 일부 벤처캐피털과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을 서줘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창업 후 무려 5년 동안 연구개발에만 매달리다보니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05년 들어 자금이 바닥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런데 2005년 말 우연찮게 기회가 찾아왔다. 구매에 까다롭게 굴던 국내 발전소들이 독일발전소 납품실적을 토대로 제품을 사주기 시작한 것.기술신보는 보증금액을 늘려줬고 벤처캐피털의 투자조합으로부터는 100억원을 투자받았다.

[김낙훈의 현장속으로] (주)나노‥ 제자 일자리 위해 창업…공기정화제 '챔피언' 일궈
신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경북 상주에 최근 5만㎡ 규모의 제2공장을 완공했다. 그는 종업원 가운데 석사나 박사과정을 밟는 사람에 대해 학자금을 전액 지원해 주고 있다. 100여명에 이르는 종업원 중 6명이 회사 장학금으로 석사 ·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3명이 석 ·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07년 45억원에서 2008년 71억원,지난해 161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목표는 280억원. 신 대표는 "선박 · 자동차의 오염물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시장은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주(경북)=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