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처음 싱가포르에 간 10년 전만 해도 외국인들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대부분 '88올림픽'이나 '6 · 25 전쟁' 외에 특별히 한국과 관련해 연상하는 것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현지 외국인들의 생활 곳곳에서 자동차,TV,휴대폰과 같은 한국 제품 사용이 빈번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자신들이 사용하는 제품과 관련됐던 것 같다.

지난주 출장에서는 이것이 사람,즉 '한국인'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거리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한국 연예인이 등장한 광고,방송을 틀면 쉽게 발견되는 한국 드라마,그리고 주요 일간지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한국 연예인 동정 기사 등 현지인들의 일상생활 속에 파고든 각종 미디어에서 쉴 새 없이 한국인이 주인공인 콘텐츠를 쏟아 내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주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전자제품들이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면,이제는 제품 속에 살아 움직이는 한국인과 그들의 얘기가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영향에서인지 현지 외국인들과 회의 시작 전 잠깐의 대화는 대부분 한국 연예스타,남아공월드컵 한국 축구팀 선수들 개개인에 대한 주제로 시작됐다. 회식 자리에서도 한국의 건축물,사건,제품보다는 대중문화 스타들에 대해 얘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한 외국인은 한국인 비보이들이 현지에서 했던 공연을 접한 후 열렬한 한국 문화의 팬이 되었다며,오히려 이들 비보이에 대해 문외한이며 비보이가 한국 문화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필자에게 이들의 춤 스타일에 대해 알려주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또 다른 외국인은 자신이 아는 한 기업에서는 어린 시절 가난과 역경을 딛고 기업인으로 성공한 후 다시 이를 기반으로 국가 지도자에 오른 사례가 감동적이어서,한국 현직 대통령을 관리자 리더십 교육 사례로 활용한다고 했다. 이제 대중문화 스타뿐 아니라 다른 영역의 한국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브랜드 관리에서 핵심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 있는 브랜드를 창조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끊임없이 브랜드를 의인화하며 그 컨셉트를 발전시켜 나가는,이른바 '동태적 브랜드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물건이 아닌 사람,즉 한국인에 대한 느낌을 바탕으로 형성되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국가브랜드를 형성시키고 있는 듯해 매우 고무적이다. 더구나 전통적이고 평균적 한국인이 아닌 동시대 최첨단 유행을 주도하는 한국인에 대한 느낌으로 형성된 이미지는 그 긍정적 파급효과도 클 것 같다.

다만 예쁘고 잘생기고 세련된 한국인이라는 이미지가 해외 출장이 잦은 필자에게는 부담이 될 것 같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 andy.park@merc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