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논의가 다시 일고 있다. 안상수 신임 한나라당 대표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제안하자,박희태 국회의장이 "여야가 개헌 문제를 국회로 가져오면 '논의의 장'을 만들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고,어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여당의 당론 결정'을 전제로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헌이 하반기 정국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것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권력구조개편을 중심으로한 개헌의 필요성은 어제 오늘 대두된 사안이 아니다. 1987년 민주화 항쟁의 산물인 현행 헌법이 다원화된 현대 민주사회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고,'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문제와 함께 '5년 단임 대통령제'가 갖는 불합리성 또한 누차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만성적인 정쟁과 경제적 소모전,집권 후반기의 레임덕 등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어느 정권 때나 개헌 논의가 쟁점으로 등장했음에도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해 흐지부지되고 말았던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만 해도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개헌 논의에 불을 지폈지만 세종시 논란 등에 묻혀버렸다. 이번에도 개헌 논의가 소모적인 정쟁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면 이번만큼은 불씨를 제대로 살려 진정성을 갖고 심도있는 논의에 나서주기 바란다. 또다시 정략적 이해다툼으로 정치불신만 살 바에야 아예 얘기를 시작하지도 않는 게 낫다. 여야는 적어도 몇십년 후를 내다보고 국가권력구조를 다시 짜겠다는 책임감과 의지로 먼저 개헌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국회 차원의 논의기구부터 설치,개헌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급선무다.

차제에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우리는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본다. 국정의 연속성 유지,중장기 국가전략과제의 일관된 실천을 위해서도 그렇고,새 정권 출범 때마다 이전 정권과의 단절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고 임기 후반에는 레임덕에 빠지는 헌정사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