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김모군(10 · 서울 홍제동)은 학교에서 '까불이'로 불린다.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집중하지 않으며 이리저리 뛰어만 다닌다. 그렇다고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다. 수업 중 예리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산만한 것은 고치기 힘든 고질병으로 생각된다. 이런 김군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강남을지병원 성장학습발달센터를 다니면서 차분해지고 학업에도 열중이다. 이곳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 상담을 받고 브레인맵을 통해 뇌기능의 활성화를 측정하고 뇌파를 조절해 두뇌기능을 향상시키는 뉴로 피드백 훈련을 받은 덕분이다. 이 때문에 김 군의 부모도 한시름 놓았다.

강남을지병원(원장 이진용)은 강남교육청 협력병원으로 성장학습발달센터 외에 여성의학센터,족부센터,건강증진센터 등 4대 특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을지의료원(이사장 박준영)이 옛 안세병원을 사들여 지난해 9월 연면적 4805㎡에 지하 2층,지상 9층 규모로 증 · 개축했다.

성장학습발달센터는 소아 · 청소년의 과중한 학습 스트레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줄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능력,자기주장능력 등을 증진시키고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방식,시간관리 등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지도해주는 역할을 한다. 소아정신과를 전공한 전문의료진이 첨단 진단 및 치료기기를 이용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학습장애,소아우울증,사회성 발달장애,과잉 학업스트레스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고 있다.

두뇌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신호(뇌파)를 측정하고 뇌의 영역별 기능을 영상지도로 표시하여 브레인맵을 만들고 뉴로 피드백 훈련을 시키는 게 대표적인 치료다. 뉴로 피드백은 어린이가 자신의 뇌파 정보를 직접 보면서 뇌 발달에 필요한 뇌파를 스스로 조절,뇌신경 네트워크를 발달시키는 훈련으로 두뇌의 능력을 최대화하고 학습능력 · 집중력을 강화한다. 또 만성통증 · 수면장애도 개선한다. 기분장애 및 행동조절장애 등도 고친다. 뇌 신경조직과 네트워크를 재조직 · 재구성해 뇌를 스스로 활성화시키는 과학적인 치료법이다. 이와 함께 자녀의 이른 사춘기와 성장장애 치료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성장발달클리닉도 운영하고 있다.

여성의학센터는 신생아부터 사춘기 발달이 종료되는 20대 초반의 여성까지를 치료하는 미성년클리닉과 폐경을 맞은 여성을 대상으로 갱년기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미성년클리닉은 프라이버시 때문에 산부인과 진료를 기피하는 소아와 청소년층을 분리해 상담함으로써 어릴 적 문제가 성인이 되어 감에 따라 점차 불거지는 문제를 조기에 차단한다. 갱년기클리닉은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안면홍조와 질건조증 등 불편한 증상을 느끼고 우울감과 상실감으로 신음하는 여성들을 호르몬 검사와 호르몬 대체요법으로 치료한다.

이 병원의 족부센터는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스스로 찾아올 정도로 명성이 높다. 1995년 옛 을지병원(서울 중구 을지로 3가)에 국내 최초로 개설한 족부클리닉은 그동안 무지외반증,족저근막염,지간신경종,외상후유증 등 다양한 발 질환을 치료해 국내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제는 강남지역으로 의료진이 넘어와 특화된 치료기술을 계승하고 있다.

건강증진센터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쾌적한 환경과 체계화된 의료시스템으로 고객 중심의 건강검진을 구현하고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중점적으로 검사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진단 결과 이상이 발견되면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을지대 을지병원과 신속하게 연계해 세밀하고 체계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강남을지병원은 특화된 진료센터 외에도 독특한 외관과 전시물로 고객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강남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강남을지병원은 생명이 시작되고 평생 건강을 위해 헌신한다는 의미로 병원 외형 디자인의 컨셉트를 '생명'으로 잡았다. 병원 정면에 위치한 기둥은 우주로 향하는 꿈을 상징한다. 또 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창문과 함께 빙하시대부터 우주시대까지 이어오는 생명의 영원성을 의미하고 있다. 외벽에는 석재 라임스톤을 사용해 인간 생명을 만든 흙의 이미지를 부각했다.

국내 최초로 들어선 화석전시실도 수억년 이어온 생명의 경이로움과 신비를 보여준다. 화석 121점,광물 114점이 4층에 전시돼 있다. 100만~200만년 전에 살았던 매머드와 코끼리의 조상인 '스테고돈'의 두개골은 길이가 총 195㎝에 달한다. 독일서 발견된 말 화석 '프로펠레오테리움 하시아쿰'은 놀라울 정도로 뼈대와 살,치아의 윤곽이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 이 밖에 파충류에서 진화해 다시 바다로 서식처를 옮겨가면서 생겨난 '트라이아스기 어룡'의 화석,180만년 전 발생해 유럽까지 퍼진 육중한 몸과 길고 북실북실한 털을 가지고 있는 털코뿔소의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