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시한폭탄' LH] (4)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사업성 없는 택지 과감히 포기해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4) 사업 구조조정 시급
빚더미 떠안긴 정부·국회가 나서…토지 주택공사법 신속 처리
해외 저리자금 조달 돕고…임대주택 융자금 18조 출자전환
빚더미 떠안긴 정부·국회가 나서…토지 주택공사법 신속 처리
해외 저리자금 조달 돕고…임대주택 융자금 18조 출자전환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빚더미에 앉은 건 정부 국책사업을 도맡아 수행한 때문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
국토해양부 차관을 지낸 C씨의 솔직한 얘기다. 정작 LH 임직원들은 LH가 118조원의 부채를 짊어지게 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정부에 있다는 점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한다. 정부 산하 공기업이다 보니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워서다.
하지만 LH의 빚이 정부정책 수행 과정에서 생겼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공기업인 LH의 부채에 불안한 눈길을 보내는 것도 사실상 정부 부채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나서서 신속 · 정확하게 '메스'를 대야 국가 재정 위기나 국가 신용등급 하락 같은 극단적인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재무구조 개선에 필요한 법률 개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업 구조조정이 급선무
빚을 줄이는 공식은 간단하다. 나가는 돈을 줄이고 들어오는 돈을 늘리면 된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업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서후석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가 없거나 사업성이 없는 지구의 개발을 과감히 백지화하거나 연기해야 한다"며 "해당 지역 주민의 피해와 반발이 예상되지만 불가피성을 적극 홍보하고 설득하면서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보금자리주택의 공급도 골격은 그대로 두되 세부실행계획은 탄력적으로 조정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2기 신도시보다 더 입지가 좋은 곳에 보금자리주택지구를 조성하면서 개발 중인 2기 신도시가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보금자리주택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된 탓에 민간 주택 공급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은 "밑바닥 경제를 활성화하고 자산 디플레이션(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일본식 장기 불황을 막기 위해선 보금자리주택의 속도 조절이 일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밖에 △LH와 민간이 함께 개발에 참여하는 민관 합동 개발 방식 △원주민의 부동산 소유권을 그대로 유지한 채 사업을 진행하는 입체환지 방식 △시설별 사업 시행자를 사전 공모해 사업비를 공동 부담하는 사업자 모집 공동시행 방식 등을 통해서도 개발 초기의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지금처럼 전면 수용 방식으로 개발하더라도 현금 대신 채권이나 땅으로 보상하면 보상비 조달 부담이 한결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자금 조달 여력 늘려야
지출만 줄여선 재무구조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미 착수한 사업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아서다. LH에 따르면 현재 예정된 사업을 모두 수행하려면 연간 45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핵심 정책사업만 수행해도 연간 35조원 정도의 돈이 들어간다. 새로운 자금 조달원을 개척하는 게 시급하다는 얘기다.
LH는 국회에 계류 중인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을 정기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 개정안은 정부 정책 사업을 하다가 생긴 적자는 정부에서 보전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실제로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겠다는 의도가 아니라고 LH는 설명했다. 신용도를 높여 국내외 채권 발행 여력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LH 관계자는 "임대주택사업의 적자문제와 같은 구조적인 어려움 속에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 정부정책의 근간이 되는 사업을 차질 없이 완수하려면 LH 혼자힘으로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임대주택 등을 기반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민임대주택에 잠겨 있는 돈은 올 6월 말 현재 30조원.이를 기반으로 현금을 조달해 신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이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도 세제 혜택 등 관련 법규의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융자금 18조70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매년 5000억원씩 발생하는 임대주택 관리 손실분을 보전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지을 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재정 지원 비율 확대,이자율 인하 등을 통해 적자 규모를 줄여주자는 의견이다.
안태식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이와 관련,"재정 지원은 곧바로 정부 재정 및 국민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국민여론 수렴과정을 거쳐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