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기아차가 세계 자동차 업계를 주름잡아온 일본 도요타를 곳곳에서 위협하고 있다. 도요타는 차종과 가격 측면에서 현대 · 기아차의 최대 경쟁상대로 꼽혀온 회사다. 작년 하반기 도요타가 대량 리콜사태를 맞은 이후엔 오히려 도요타와의 차별화에 역점을 두는 모습이다.
◆선진시장에서 도요타 첫 추월
현대 · 기아차는 상반기 유럽 시장에서 총 32만9695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19만1338대,기아차가 13만8357대를 팔았다. 통합 점유율은 4.5%로 기록됐다. 이는 '영원한 경쟁자' 도요타(32만6791대)를 2904대 차이로 제친 수치다. 유럽과 같은 선진시장에서 반기 기준으로 도요타를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반기 중 유럽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판 업체는 폭스바겐으로,157만6524대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102만9871대)과 르노(78만3013대)가 뒤를 이었다. 전체 순위에서 현대 · 기아차는 9위,도요타는 10위를 차지했다.
현대 · 기아차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에선 작년부터 도요타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올 상반기 각각 32만8692대와 16만817대를 판매,통합 점유율 9.2%를 기록했다. 이는 일기도요타와 광저우도요타의 판매량(37만1036대)과 점유율(7.0%)을 크게 앞선 수치다. 현대 · 기아차는 2008년만 해도 점유율 7.7%로,당시 9.5%였던 도요타에 뒤졌었다.
미국에선 도요타와의 점유율 격차를 갈수록 좁혀가고 있다. 상반기에 42만5851대를 판매해 7.6%의 최고 점유율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점유율만 놓고 보면 도요타(15.1%)의 절반 수준이지만,1985년 미국법인 설립 후 가장 작은 격차다. 양사간 점유율 차이가 10%포인트 아래로 떨어진 것도 처음이다.
현대 · 기아차는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선 과감한 초기 투자를 단행,도요타를 따돌리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상반기에 16.8%의 점유율을 차지,도요타(6.1%)를 큰 차이로 눌렀다. 인도에선 19.3%(현대 · 기아차) 대 1.2%(도요타)의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
◆품질과 브랜드 가치 동반 상승
현대 · 기아차가 세계 시장 곳곳에서 도요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품질 및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데다 가격 경쟁력 면에선 오히려 앞섰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 · 기아차 회장은 2000년대 들어 품질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왔다. 정 회장은 올초에도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믿고 탈 수 있는 차를 만들어야 하며,그 기본은 품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현대 · 기아차의 품질 경쟁력은 해외에서 도요타를 앞설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인 JD파워가 지난달 발표한 신차품질 조사에서 현대차는 총점 102점을 획득해 일반 브랜드 21개 업체 중 3위를 차지했다. 반면 도요타는 작년보다 8계단 하락한 11위에 그쳤다.
현대 · 기아차의 차값은 동급 배기량을 기준으로 도요타보다 낮은 편이다. 현대차 쏘나타 2.4는 미국에서 1만9195달러(최저가격 기준)인 반면,경쟁 차종인 도요타 캠리 2.5는 1만9595달러다.
현대 · 기아차는 여세를 몰아 도요타를 앞서는 지역을 더욱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쏘나타 투싼 아반떼 등 신형 모델 투입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현대차의 한 해외법인장은 "올초 투싼을 시장에 내놓은 후 차가 없어 못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하반기엔 도요타와 달리 가격을 깎지 않으면서도 신차 확대로 점유율을 늘릴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