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6개월 이상 약물치료…
중간 단계선 주로 '메조테라피'
4~5가지 약물 모근 가까이 주사…
눈에 띄게 진행되면 이식수술
과거 중년 남성의 주된 고민이었던 탈모 문제가 대학생,취업준비생 등 20~30대 남성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모발이식 전문병원인 포헤어 모발인식센터의 상담내역과 시술 환자를 분석한 결과 26~35세 남성이 상담건수의 52%,모발이식 시술비율의 57%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젊은 남성들이 탈모에 관심을 갖는 원인에 대해 이규호 포헤어모발이식센터 원장은 "탈모가 심해 나이에 비해 머리가 많이 벗겨져 있으면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기 쉽고 이성교제나 결혼 문제에서 비호감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모발이식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탈모 초기에는 약물치료가 주로 이뤄진다. 약물치료는 탈모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약한 모발을 튼튼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정수리 탈모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대표적인 탈모 치료 약물로는 피나스테라이드,미녹시딜,두타스테라이드,스피로노락톤,사이프로테론,케토코나졸,판토가 등이 있다.
피나스테라이드는 남성형 탈모증에 주로 쓰이는 치료제로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되는 것을 차단해 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제품으로 18~41세 남성의 50%가 1년 만에 모발 성장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두타스테라이드는 피나스테라이드와 같은 계열의 약물로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반면 발기부전,정액감소 등 부작용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FDA에서 탈모 치료제로 승인받지 못해 3상 연구가 중단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3상 임상연구가 완료됐다.
미녹시딜은 두피의 혈류를 촉진해 모발의 생장기를 늘리고 작아진 모낭을 커지게 한다. 치료 시작 후 2~8주 지나면 일시적인 탈모가 일어나지만 치료를 지속하면 자연스럽게 모발이 건강해진다. 전문가들은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라이드를 같이 사용하는 방법을 많이 추천한다.
스피로노락톤(칼륨보존성 이뇨제 겸 고혈압약),사이프로테론(피임약 및 전립선암치료제)은 여성형 탈모증에 주로 쓰인다.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남성에겐 금물이다. 케토코나졸은 샴프 형태로 쓰이는 치료제로 원래 지루피부염의 치료제로 사용됐으나 남성형 탈모증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판토가는 술을 제조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들의 머리카락이 고운 것을 보고 만든 치료제로 유럽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먹는 일반약으로 케라틴과 시스테인,약용효모,질산티아민,판토텐산칼슘 등이 주성분이다.
탈모의 중간단계에는 탈모의 정도와 나이,경제성 등을 고려해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메조테라피는 탈모 중간단계에서 주로 쓰이는 방법이다. 지방융해약물,미세혈액순환 개선제,발모촉진제,비타민 · 미네랄 · 항산화제 혼합제 등 4~5가지의 약물을 모근 가까이에 주사하는 것이다. 두피에 쌓인 피지나 각질을 제거하고 모발이 튼튼해지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줄기세포 기술을 응용한 PRP(혈소판풍부혈장)요법도 중간 단계에서 활용가능하다. 이 방식은 혈액을 원심분리,혈소판 분획에 포함된 다양한 성장인자를 치료에 이용하는 것이다. 아직 모발이식과 탈모 치료에 적용하면 효과가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지만 모발의 굵기가 굵어지고 성장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탈모가 눈에 띄게 확인되면 모발이식술을 고려해볼 만하다. 20~30대 젊은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모발이식 시술법은 CIT(콜 테크닉)이다. 이 수술은 흉터 없이 상당량의 모발을 자연스럽게 이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수술법은 원통형의 모낭채취기로 머리카락이 2~3개 들어있는 작은 주머니(모낭)를 통째로 이식하는 방법이다. 전자감지기가 달려 있어 적당한 깊이로 모낭을 캐내기 때문에 모낭손상률이 2.5% 이하 수준이다. 두피를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 이규호 포헤어모발이식센터 원장(서울 강남구 신사동)은 "CIT 방식은 현재 가장 선진화된 모발이식술로 1회에 최대 5000개의 모낭을 이식할 수 있다"며 "잘못된 이식을 교정하는 재이식술,미용을 위한 헤어라인 성형 등에도 CIT방식이 폭넓게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서 주로 쓰이는 모발이식 방법은 두피를 길게 절개해 떼어낸 후 모낭을 채취해 이식하는 방법이다. 탈모 부위가 넓고 짧은 시간에 많은 수의 모발을 이식하려면 두피절개이식술이 적절하다. 박동재 동안피부과 원장(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은 "모발이식의 생착률은 모낭을 떼어낸 후 이식하기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CIT는 모낭채취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많은 수의 모발을 한꺼번에 이식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흉터가 더 생기는 단점이 있지만 전통적인 두피절개 후의 이식법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CIT는 눈썹을 이식하거나 머리흉터를 가리는 등 이식 면적이 좁을 때 유용한 방법이라는 얘기다.
약물치료나 모발이식 외에는 레이저 치료가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저출력레이저 치료는 머리빗 형태로 나온 제품이다. 1967년 헝가리에서 루비레이저로 쥐의 모발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고 개발했다. 상처 치유 및 염증 감소에는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지만 발모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모자이크(어븀 글라스) 레이저는 피부 표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모발 성장을 돕는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