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복부 내 지방줄기세포와 혈액 속 혈소판풍부혈장(PRP)을 이용해 손상된 관절과 연골을 재생시키는 치료법이 의료계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미플란트 스템스클리닉의 박재우 원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무릎관절 관절염 또는 반월상연골판 파열,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등을 앓는 1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복부와 옆구리 엉덩이 등에서 지방을 뽑아내 성체줄기세포만을 순수 추출한 뒤 혈액 속의 PRP와 함께 환부에 주사해 연골세포나 관절면의 뼈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치료법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환자의 90%가량이 통증이 사라지고 관절을 움직일 때 부드러운 느낌이 나는 등 증상 개선에 따른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이 치료는 자신의 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면역거부 반응이 없을 뿐만 아니라 환부에서 성체줄기세포가 연골모세포로 분화돼 손상된 관절의 연골조직을 재생시켜 기존 치료법보다 훨씬 결과가 좋다고 그는 강조했다.

기존 치료는 염증으로 손상된 연골판을 걷어내거나,자신의 연골판을 떼어내 배양한 후 다시 이식하는 방법이었다. 전자는 통증의 원인을 단순 제거하는 데 그치고,후자는 배양한 연골판이 환부에 제대로 생착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특히 환자의 나이가 많거나 연골이 손상 또는 노화된 경우 생착률이 낮았다. 이에 비해 복부에서 지방줄기세포를 뽑아내 이식하는 방법은 연령 제한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생착률은 더 높다.

박 원장은 "한번 시술에 40g의 지방세포가 필요하다"며 "깡말라 지방세포가 거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나이가 많아도 지방줄기세포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시술도 환자의 나이가 젊을수록 연골조직의 재생률이 높아진다. 박 원장은 "그동안 시술받은 환자 중 6명을 대상으로 시술 전후의 MRI(자기공명영상촬영) 사진을 판독한 결과 4주가 지나자 통증이 대폭 완화됐고,6주 후 연골 파열 부위에 새로운 연골이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오는 10월께 미국임상사례학회지(The American Journal of Case Reports)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복부 지방줄기세포 1회 이식과 PRP 4회 이식(한번에 4㏄,혈소판 240만개 이상)에 총 290만원의 치료비를 받고 있다.

그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로 뼈가 손상된 경우에도 이 치료를 시행하면 뼈가 재생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골반과 연결되는 대퇴골 상단의 뼈에 혈액순환장애가 나타나 충분한 영양분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서 대퇴골두가 푸석해지고 썩어 들어가는 병이다. 뼈가 죽게 되면 몸의 하중을 견딜 수 없어 미세구조에 골절이 생기고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40~50대 연령층,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확실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과도한 음주,스테로이드 남용,사고로 인한 고관절 골절,고관절 탈구 후유증,유전 등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에 환자 자신의 PRP를 주입해 닳아 없어진 연골을 재생하는 치료법은 지난해부터 이미 국내 여러 정형외과에서 시행되고 있다. PRP는 자신의 혈액을 원심분리기로 돌려 혈소판을 분리한 뒤 농축한 것으로 TGF,PDGF,EGF,VEGF 등의 각종 성장인자(GF)가 풍부하다. 이를 손상된 인대나 근육 · 연골에 주사하면 세포증식,콜라겐 및 히알우론산 생산,상피세포 성장촉진,혈관신생,상처치유 등이 촉진돼 손상된 조직을 복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치료는 연골의 구성 성분인 히알우론산을 무릎에 주사하는 기존 방법보다 통증 완화 효과가 뛰어나고 오래 지속되는 게 장점이다.

지난해 9월부터 PRP 자가주사요법을 시행해온 연세사랑병원은 초 · 중기 무릎관절염 외에 무릎 · 발목 · 어깨관절의 인대 손상,어깨힘줄 파열이나 오십견,팔꿈치 만성 염증(테니스 엘보,골프 엘보),족저근막염,아킬레스건염 등에도 이 치료를 적용하고 있다.

이 병원 연골재생 · 세포치료센터의 박영식 원장은 "혈액을 25~30㏄가량 뽑아 원심분리기에 돌리면 맨 윗부분에 노란색(혈장),중간층에 진한 노란색(혈소판),맨 아래층에 빨간색(적혈구)의 층이 생긴 것이 관찰된다"며 "이 중 혈소판이 풍부한 진한 노란색층만 분리하면 혈소판이 5배 이상 농축된 2~4㏄의 PRP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망가진 관절에 주입하면 연골세포 재생이 촉진된다. 박 원장은 "PRP가 정상적으로 분리되려면 원심분리기를 돌리는 시간과 속도가 적정해야 한다"며 "신선하고 건강한 성장인자를 얻기 위해 채혈에서 주입까지 전 과정을 40분 이내에 끝내야 하며 1회 주입시 혈소판 숫자가 120만개(PRP 2㏄) 이상이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PRP 치료는 염증 및 연골 파괴가 심한 중증 관절염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며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 게 단점이다. 병원에서 PRP 분리과정을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PRP의 활성이 떨어지거나 병원체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테니스 스키 골프 배드민턴 등을 즐기다 인대가 손상된 경우에 PRP를 주입하면 치유 시간이 절반 이상 단축된다. 혈소판의 성장인자가 강력한 상처치유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어깨힘줄 파열,테니스 엘보,골프 엘보,족저근막염,아킬레스건염 등에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것도 이런 원리다. PRP는 1회 치료에 30분 안팎의 시간이 걸리고 총 3회의 치료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어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

이 밖에 PRP는 피부과 · 성형외과에서는 주름살 개선,피부궤양,화상이나 여드름으로 인한 흉터 제거에 활용되고 있다. PRP를 ALSA라는 가온장치로 가공해 말랑말랑한 젤리 형태로 굳힌 것을 필러(피부주입 보형물)로 쓰기도 한다. 치과에선 혈소판풍부피브린(PRF)를 추출해 사랑니 발치 후나 임플란트 이식 후에 사용함으로써 상처가 잘 아물고,임플란트가 신속하게 자리 잡도록 돕는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