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글로벌 철강업계의 주요 이슈는 원재료 가격의 급등과 계약가격 시스템의 변화였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철강 수요가 더디게 회복되는 상황에서 철강업체들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철광석 2분기 계약가격은 지난해 대비 91% 올랐으며,석탄 계약가격은 71% 상승해 철강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 또 브라질 및 호주의 철광석업체들은 글로벌 철강업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0년 동안 관례였던 연간 계약을 폐기하고 분기 계약으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철강업체들은 원가 변동성에 대한 노출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상반기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철강업체들의 수익성 하락은 나타나지 않았다. 철강산업의 가장 큰 수요 산업인 건설 경기는 전 세계적으로 부진했지만,다행히 자동차와 가전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딛고 빠르게 회복한 덕분이다. 전 세계 철강업체들은 원가가 상승한 수준 정도를 철강가격에 반영할 수 있었다. 다만 철강가격 상승에도 수익성이 정체되면서 철강업체들의 주가수익률은 저조했다.

하반기 철강경기는 비수기인 3분기에는 약세를 보일 것이지만 4분기에는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호전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철강업체들은 비수기 철강가격의 약세에 대응해 감산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 철강업체들의 가동률은 4월 84%에서 5월 82%로 낮아졌다. 6월은 80% 수준으로 추정된다. 국가별로 살펴봐도 중국 철강업체들의 가동률은 5월 93%에서 6월 89%로,미국은 5월 74%에서 7월 72%로 각각 낮아졌다. 따라서 성수기 진입을 앞두고 8월 중순에 재고 조정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전 세계 철강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재고 조정 상승 국면은 11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글로벌 철강업계에서 주목할 이슈는 부동산 규제 정책에 의한 중국의 철강 수요와 전 세계 철광석 계약가격의 움직임,중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이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목표로 지난 4월 부동산 규제 정책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있고 하반기 중국의 철강 수요도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글로벌 철강 수요의 48%를 차지할 정도로 전 세계 철강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중국의 철강 수요 중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상당히 높다.

하지만 하반기 중국의 철강 수요가 크게 둔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우선 중국이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개발사업과 도시화가 필수적이므로 건설업 규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자동차 기계 등 비(非)건설 부문 철강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자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중 · 장기적으로 전 세계 철강업계에 긍정적이다. 구조조정으로 중국의 과잉 생산 능력이 해소되면 수급 측면에서 철강업체들에 유리해진다. 또 철강업체들의 철광석 가격 협상력도 높아질 수 있다. 사실 중국 정부는 2005년 자국 내 철강 수급이 공급 과잉으로 전환되면서 인위적으로 소형 생산설비들의 폐쇄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미미했다. 따라서 올 하반기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은 시장 논리에 입각한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방법은 바오스틸을 포함한 중국 대형 철강업체들의 7~8월 내수가격 인하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굳이 내수가격을 인하한다는 것은 경쟁력 없는 소형 철강업체들을 수익성 압박을 통해 도태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크다. 중국 중 · 대형 철강업체들의 2분기 순이익률이 4% 수준으로 낮은 점을 고려하면 3분기에는 소형 철강업체들 중 적자 기업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방법은 중국 정부의 증치세 환급 폐지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철강업체들이 철강제품을 수출할 경우 증치세를 환급해 왔지만,7월15일부터 전면 폐지했다. 증치세 환급이 보조금 성격이 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치세 환급률만큼 중국 철강업체들의 수익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상반기 철강업체들의 발목을 잡았던 원가 상승 부담은 4분기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철강업체들의 감산으로 철광석 현물거래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 4분기 철광석 계약가격은 3분기와 같은 수준이거나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4분기에는 원가 부담이 해소되면서 실적이 나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