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록 중소기업유통센터 대표(64)는 출근 한 달여 만인 올 1월 중순께 사무실에 들렀다 충격에 휩싸였다. 손 대표가 사무실에 들른 시간은 새벽 1시께.소파에 웅크린 채 잠에 곤히 빠져 있는 여직원을 발견했다. 중소기업 제품의 홈쇼핑 판매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었다. 홈쇼핑 업체들이 대기업은 프라임시간대에 편성하지만 중소기업에는 심야시간대에 배정해 밤 늦도록 무작정 대기해야 한다는 것.자정을 넘다보니 지하철도,시내버스도 끊겨 집에 가고 싶어도 못간다. 그래서 소파에서 잠을 잔다는 하소연이었다.

손 대표는 여직원의 자초지종을 듣고 가슴이 메어져 한동안 말을 못했다. 그리고 함께 울었다. 손 대표는 "유통업계에서만 35년 종사하고 그중 사장만 16년 했는데 직원과 함께 울어보기는 처음이었다"며 "딸 같은 자식이 무시당하면서까지 중소기업 제품을 팔겠다고 희생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털어놨다. 이때 손 대표는 그동안 경영실적이 낮다는 이유로 구조조정해야 한다며 국회, 정부로부터 휘둘려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겠다고 결심했다. 앞으로 2,3년 내 매출 1조원을 달성해 명실공히 중소기업 판로지원 기관으로 대표적인 성공모델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유통대기업과 경쟁을 하면서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공기업으로 판매제품 등 경영면에서 불리한 측면이 많다. 그렇다고 고민만할 수 없었다. 손 대표는 그동안 유통회사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혁신활동에 들어갔다. 우선 직원들 사기부터 진작시켰다. 목표를 달성하거나 고객으로부터 친절사원으로 뽑히는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줬다. 외부 판매사원도 대상에 포함시켜 128개 협력업체의 파견직원에게 1526만원이 넘는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파견직원한테까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유통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일이다. 우수제품을 유치하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펴 고객을 늘리는 직원에게는 해외 여행을 보냈다. 직원들의 열성이 되살아 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채택된 아이디어는 현장에 바로 적용했다.

이러한 변화는 경영실적에 그대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매출액 2350억원과 당기순이익 21억2000만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70%,당기순이익은 14.6% 신장한 것.부문별로는 백화점이 376억원을 올려 전년 대비 8% 성장한 것을 비롯 홈쇼핑판매대행은 778억원으로 94%,해외수출은 964억원으로 146% 성장했다. 건물임대 사업만 228억원으로 전년 대비 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손 대표는 "당초 올 연간 매출액을 4000억원으로 잡았는데 최근 5000억원으로 수정했다"며 "현재 6000억원도 달성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앞으로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를 위해 해외수출, 인터넷판매, 홈쇼핑판매대행 분야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해외수출은 올 상반기에만 우수 중소기업제품을 16개국 44개 협력업체에 공급해 1900만달러 상당을 올렸다. 손 대표는 "미국 QVC, 인도 TVC스카이숍,중국 타오바오닷컴 등 홈쇼핑 업체와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해외판로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달 중 해외사업본부도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지원강화로 올해 5000만달러 수출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신용카드사 포인트몰에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공급해 연간 1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 홈쇼핑판매대행도 180곳으로 늘려 연간 1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로 했다.

손 대표는 "판매계약이 성사됐지만 자금이 없어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중소기업에는 제조자금을 지원하고 판매까지 해주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며 "경영혁신을 통해 초과달성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올 연말 직원에게 인센티브로 되돌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