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초기 팔았던 제품에 작동 오류가 발생해 판매물량 전체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폐업 위기를 겪었던 벤처기업이 2년여 만에 위기를 딛고 일어났다. 가루얼음 제빙기 '스노우폴'을 국내 처음 개발한 이노아이스(대표 정희철 · 사진)가 주인공.

정희철 대표는 20일 "2007년 회사를 세운 뒤 계속 적자만 냈는데 올해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며 "올해 40억원,내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스노우폴은 물을 넣으면 바로 가루얼음이 만들어져 나오는 제빙기다. 그동안 가루얼음은 제빙기에서 나온 각얼음을 분쇄기에 넣고 잘게 갈아 얻었지만 이 제품은 영하 25도에서 순간적으로 물을 얼려 가루얼음을 만들어 낸다. 정 대표는 "기존 각얼음 제빙기에 비해 위생적이고 편리해 음식점 카페 등에서 구입이 잇따르고 있다"며 "지난해 500대 판매에 그쳤던 스노우폴 판매량이 올 상반기에만 1000대를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노아이스는 지금은 안정궤도에 올라섰지만 2년 전 폐업 위기에 처했던 회사다. 정 대표는 "2008년 6월 스노우폴을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200대가 넘게 팔면서 성공을 예감했지만 곧바로 위기를 맞았다"며 "잦은 고장으로 고객들의 수리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결국 정 대표는 이미 팔려나간 스노우폴을 전량 회수했다. 여기에 든 비용만 10억여원.설립한 지 1년도 안 된 중소기업으로선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였다. 그러나 "기술력만은 확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정 대표는 제품 보완에 매달렸다. 1년 넘게 연구개발을 통해 보완하고 제품을 다시 내놨다. 고객들 사이에서 '믿을 수 있는 제품'이란 입소문이 돌면서 스노우폴은 작년 하반기부터 판매량이 늘기 시작했다.

현재 스노우폴은 경기도 용인 삼성에버랜드 내 음식점,신세계백화점 부산센텀시티점,파리바게뜨 매장을 비롯해 전국의 횟집,커피숍,음식점 등에서 쓰이고 있다. 최근엔 국내 유명 제과업체와 스노우폴 1000대 납품을 협의 중이고,일본 자판기 업체와도 공급 협상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스노우폴의 가루얼음은 요식업은 물론 국가대표 역도선수 장미란이 냉찜질용으로 사용할 정도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며 "올해는 2000대 넘게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태국에 첫 수출한 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일본,캄보디아,두바이,필리핀 등에도 진출한다"며 "앞으로 알칼리 가루얼음 등 기능성 제빙기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