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부실 PF사업 해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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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발 붐이 한창 일던 2007년 말 서울 반포의 한 호텔에는 보안구역이 생겼다. 건설 · 건축 전문가 20여명이 투숙해 용산역세권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자 심사를 하도록 며칠 동안 출입을 통제한 것이다. 땅 소유주인 코레일 핵심 관계자들을 제외하곤 얼씬도 못하게 했다. 공모형 PF 사업자 선정 때마다 터져 나오는 로비 의혹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미래의 용산' 모형을 만드는 데만 1억여원씩 들일 정도였으니 수주경쟁이 얼마나 과열됐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판교 알파돔시티,인천 도화지구 복합단지 등 다른 PF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사업 참여를 원하는 디벨로퍼나 건설업체가 줄을 섰고 공공사업자는 땅값 올려받기에 혈안이 됐다. 용산 판교처럼 입지가 좋은 지역이 대다수였던 만큼 개발 계획은 장밋빛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추진된 PF 사업은 40여곳,금액으로는 무려 120조원(대한건설협회 집계)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금은 토지 중도금조차 내지 못해 사업이 중단된 곳이 대부분이다.
가장 큰 원인은 확 가라앉은 부동산 시장이지만 PF 사업 구조 자체도 허점은 있다. 공모형 PF란 민간 사업자를 공모로 선정하고,민간과 공공기관의 공동 출자로 '프로젝트 회사'를 설립해 개발을 추진하는 민관합동 사업이다. 민간은 아이디어와 자본을 대고 공공은 땅을 제공하는 게 보통이다. 당연히 공공기관과 건설업체,금융권이 형평성에 입각해 위험을 분담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건설업체가 대부분의 리스크를 떠안는 실정이다. 사업 성공시의 미래 자산가치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려면 사업성 평가가 핵심요소인데도 거의 건설사 보증능력에 따라 대출이 이뤄지는 것이다.
문제는 부실화된 PF 사업들을 방치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용산만 해도 총 사업비 30조원에 토지면적 56만㎡,건축연면적 317만㎡에 이른다. 투입된 운영자금이 날아가는 건 그렇다 쳐도 36만명의 고용창출과 67조원의 생산 ·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함께 무산될 판이다.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고 있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민원,4조5000억원에 이르는 고속철도 부채 상환 기회를 잃어버릴 코레일 등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불어닥칠 게 뻔하다. 알파돔시티 역시 무산될 경우 판교는 중심상업시설 없는 절름발이 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물론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돈다면 입지여건이 좋은 곳들은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기간 사업 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사업비가 훨씬 더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렇게라도 추진하려면 관련 사업자들의 이해관계 조정이 필수다. 우선 치밀한 사업성 재평가를 바탕으로 계획을 다시 짜고,시공업체에 편중된 리스크도 분산해야 한다. 건설 · 금융 투자자들의 일부 교체와 함께 땅값 납부조건 · 보상금 조정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되는 사업'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해 차입 자금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도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완공되는 데 17년이 걸렸다. 그러나 지금은 대표적 도심 주 · 상 · 엔터테인먼트 복합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도시의 상징이 될 만한 대형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난관이 닥칠 때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이해관계 조정에 나서야 시간 손실이 줄고 사업도 살아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사업 참여를 원하는 디벨로퍼나 건설업체가 줄을 섰고 공공사업자는 땅값 올려받기에 혈안이 됐다. 용산 판교처럼 입지가 좋은 지역이 대다수였던 만큼 개발 계획은 장밋빛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추진된 PF 사업은 40여곳,금액으로는 무려 120조원(대한건설협회 집계)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금은 토지 중도금조차 내지 못해 사업이 중단된 곳이 대부분이다.
가장 큰 원인은 확 가라앉은 부동산 시장이지만 PF 사업 구조 자체도 허점은 있다. 공모형 PF란 민간 사업자를 공모로 선정하고,민간과 공공기관의 공동 출자로 '프로젝트 회사'를 설립해 개발을 추진하는 민관합동 사업이다. 민간은 아이디어와 자본을 대고 공공은 땅을 제공하는 게 보통이다. 당연히 공공기관과 건설업체,금융권이 형평성에 입각해 위험을 분담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건설업체가 대부분의 리스크를 떠안는 실정이다. 사업 성공시의 미래 자산가치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려면 사업성 평가가 핵심요소인데도 거의 건설사 보증능력에 따라 대출이 이뤄지는 것이다.
문제는 부실화된 PF 사업들을 방치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용산만 해도 총 사업비 30조원에 토지면적 56만㎡,건축연면적 317만㎡에 이른다. 투입된 운영자금이 날아가는 건 그렇다 쳐도 36만명의 고용창출과 67조원의 생산 ·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함께 무산될 판이다.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고 있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민원,4조5000억원에 이르는 고속철도 부채 상환 기회를 잃어버릴 코레일 등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불어닥칠 게 뻔하다. 알파돔시티 역시 무산될 경우 판교는 중심상업시설 없는 절름발이 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물론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돈다면 입지여건이 좋은 곳들은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기간 사업 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사업비가 훨씬 더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렇게라도 추진하려면 관련 사업자들의 이해관계 조정이 필수다. 우선 치밀한 사업성 재평가를 바탕으로 계획을 다시 짜고,시공업체에 편중된 리스크도 분산해야 한다. 건설 · 금융 투자자들의 일부 교체와 함께 땅값 납부조건 · 보상금 조정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되는 사업'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해 차입 자금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도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완공되는 데 17년이 걸렸다. 그러나 지금은 대표적 도심 주 · 상 · 엔터테인먼트 복합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도시의 상징이 될 만한 대형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난관이 닥칠 때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이해관계 조정에 나서야 시간 손실이 줄고 사업도 살아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