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다. 매년 3월 포천지가 선정하는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젊은이들의 우상이기도 하다.

그런 애플이 소비자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출범 3일 만에 170만대가 판매된 아이폰4의 안테나 수신불량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다. 똑똑한 소비자들이 블로그에 글을 올렸고 소비자연맹이 발행하는 컨슈머리포트(CR)가 각종 시험을 통해 제품의 문제점을 지적하게 됐다. 애플은 당초 신호수신 강도를 보여주는 바(막대기)를 산출하는 공식에 오류가 있어 착시현상을 일으켰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CR이 소프트웨어 문제라는 해명에 의문을 제기하자 16일(현지시간) 잡스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소비자들을 휘어잡는 특유의 프레젠테이션 능력으로 "우리는 완벽하지 않고,폰 역시 완벽하지 않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물귀신 작전을 썼다. 안테나 수신 문제는 아이폰4에만 국한하지 않고 스마트폰 공통의 문제라는 쪽으로 몰고 가려 했다. 그러면서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안테나 접촉을 줄일 수 있는 무료 케이스를 일정 기간 제공하기로 했다.

블랙베리를 만드는 RIM을 포함해 노키아,모토로라 등 경쟁사들은 발끈했다. CR은 다시 웹사이트에 애플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여전히 권장 모델이 아니라는 글을 올렸다. 제품 디자인을 바꾸지 않는 한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추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발행부수가 730만부에 달하는 CR은 공신력이 높아 문제 있는 제품을 만든 기업에는 저승사자로 통한다. 2003년에는 닛산 무라노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의 조향장치(스티어링) 결함을 들어 권장 차량에서 제외했다. 닛산은 결국 이를 시정했고 CR은 2005년 이 모델을 다시 추천했다.

소비자들은 애플이 추가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기다리고 있다. 애플 측은 지금 아이폰4를 사려고 신청해도 3주 후에나 물건을 받을 정도로 여전히 인기가 높다고 밝히고 있지만 애플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에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